개화산(開花山)

2014. 2. 28. 14:35서울.경기.강원

 

서울 경기의 산

개화산(開花山)

 

개화산 (2014.2.26.)

 

개화산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산이다. 산의 높이라야 불과 130여 미터에 불과한 작은 산이지만 그 산이 지니고 있는 가치로 볼 때는 적어도 강서구에서만은 어느 명산에 못지 않다. 우선 개화산의 근원을 살펴보면 영산(靈山)인 백두산에서 발원한 대동맥 백두대간이 우리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면서 내려오다가 속리산에서 가지를 쳐서 한남금북정맥과 한남정맥으로 이어져 북서(北西)로 방향을 잡아 진행을 하며 부천의 할미봉에서 개화산까지 한줄기 산맥을 이루며 내려와 솟은 것이 개화산이다.

 

강서구 서북쪽으로 탁 트인 김포평야와 접하고 북쪽으로 한강을 바라보고 불끈 일어나 있는 개화산은 60만 강서구 주민에게는 휴식의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김포나 강화로 가는 48번 국도와 고양시로 연결되는 39번 국도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이고 또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인천국제공항고속국도가 통과하고 있으며 전략상 중요시설인 김포공항까지 인근에 있어 개화산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이나 가치가 매우 큰 곳이다.

 

개화산에 대하여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산에는 신라시대 때에 주룡(主龍)이라는 도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가 죽은 후 그 자리에 이상한 꽃이 피어났다고 하여 개화산이라고 하였다는 전설이 있고 또 산의 형상이 피어나는 꽃을 닮았다는 설()과 더불어 산의 정상에 봉화대가 있어서 봉화를 올릴 때 불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개화산(開火山)이라 하였는데 불화()자가 꽃 화()자로 바뀌게 되어 개화산(開花山)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어찌되었든 개화산하면 우선 약사사(藥師寺)라는 사찰과 풍산심씨(豊山沈氏) 묘역이 있고 이와 더불어 겸재(謙齋)정선(鄭歚)을 빼놓을 수가 없다. 방화동 방원중학교 앞에서 개화산 정상의 군부대 오르는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길옆으로 풍산심씨 묘역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비문에 새겨진 내용으로 보아 그 옛날 심문(沈門)일가의 영화를 볼 수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오랜 풍상으로 인하여 퇴색한 비()를 보니 모든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무상하기만 할 뿐이다.

 

정상의 군부대 밑으로는 약사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크지않은 개화산의 산세와 골짜기의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거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절의 규모에 있어서 답답함을 느낀다. 여건과 부합되지 않는 약사사 절의 뒤편에는 정상을 대신하는 봉우리에 군부대 안에 들어가 있는 봉수대(烽燧臺) 터를 재현해 놓은 봉수(烽燧)대가 있는데 이곳의 봉수는 전라도에서 급변이 발생하였을 때 횃불과 연기로서 남산의 봉수대로 급보를 전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봉수대 밑의 전망대에서는 서해바다로 유유히 흘러드는 민족의 애환을 담고 흐르는 한강과 건너편의 행주산성을 조망할 수가 있었다. 해발 124미터의 덕양산의 능선을 따라서 구축된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때 권률 장군이 일본군을 크게 격파한 곳으로 임진왜란 3대첩중의 하나인 행주대첩의 신화가 이루어진 곳이다. 전망대 한편에는 214년 청마의 해를 맞아 해맞이 행사를 하면서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은 수많은 엽서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문인화가 겸재정선의 개화산을 비롯하여 인근 풍광을 담은 그림이 전망대에 있었는데 이 산수화를 통하여 옛 개화산을 볼 수가 있었다하늘을 태울 듯이 솟구치는 불(火)의 형상인 개화산이 화폭 속에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데 반하여 지금의 개화산은 군부대 주둔지 공사로 인해서인지 아니면 6.26전쟁 때 치열한 격전지여서 인지는 모르나 밋밋하고 초라한 것이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산행을 마치고 작지만 역사가 있고 문화재가 있으며 산림이 우거져서 강서주민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주고 있는 개화산을 잘 보존하고 아껴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개화산을 내려왔다. 이제 겨울 추위도 한 풀 꺾이고 바람도 훈훈한 것이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겨울과 여름사이에 끼어서 늦게 찾아와 빨리 가버리고마는 봄이 이제 오래지 않아 개화산에 봄꽃들을 울긋불긋 피게 할 것이다. 나는 그 봄을 그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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