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제6구간(추령∼감상굴재)

2016. 7. 2. 11:40호남정맥

호남정맥 제6구간(추령감상굴재)

(湖 南 正 脈)

 

 

추령감상굴재(2016.6.30.)

 

 

세상살이라는 것이 한 생()을 살면서 팔자가 좋아 순탄하게 살 수도 있고 반대로 힘겹게 살아가기도 한다. 이 세상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운명을 타고난 것은 없다고 볼 수 있기에 주어진 삶에 대하여 연연(戀戀)하거나 집착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사는 것이 평안한 삶이 아닐까 싶기만 하다. 바람과 같이 지나온 세월 속에서 눈을 감으면 어릴 적 살아온 고향의 추억이 생각이 나는 것은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힘겨웠기에 남과 비교도 해보고 또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보려 하였으나 지나고 보면 모두가 한바탕 꾸게 되는 꿈이란 걸 알게 되면서부터 삶이라는 것이 그저 허무하기만 하다.

 

정읍버스터미널에서 복흥면과 순창읍을 운행하는 임순 버스를 타고 추령에서 내려 지난번에 식사를 하였던 식당주인 할머니께 인사를 드릴까 싶었는데 식당에 손님들이 있다 보니 생략을 한다. 그리곤 정읍터미널 앞의 시장에서 마신 막걸리 취기가 아직 생생하기에 추령 광장에다 텐트를 치고는 일찍 취침에 들었다. 조용할 줄 알았던 추령에서의 밤은 늦게까지 떠드는 사람들의 소음과 고개를 넘는 세찬 바람소리로 인하여 뒤척거리다 깨어보니 새벽 세시 반이기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텐트 밖으로 나왔다. 올려다 본 하늘엔 달은 고사하고 별빛마저 없는 것이 칠흑의 바다이건만 이 어두운 정맥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갑갑하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몸의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어 천천히 산행준비를 하게 되었고 주차장 한쪽구석에 있는 철망을 넘어 어둠에 묻혀 있는 숲속으로 들어갈 때는 네 시를 넘어서 호남정맥 6구간 산행을 시작한다. 서서히 오름 짓을 시작하고 있는 정맥 길은 습도가 높아 초장부터 땀을 비 오듯이 쏟는다. 큰비를 예고하듯이 간간히 뿌려대고 있는 가랑비가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시원한 것이 산행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반해 산행이 시작되기 전인 어제부터 지금껏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는 것은 목적지인 강선마을에서 백양사로 가는 막차를 탈수 있을까 하는 것 때문에서이다.

 

긴 산행에 있어서 도움을 주지 않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갈림길을 지나 유군치로 가는 중에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없어진 것을 몰랐다. 산행에서 시계는 필수이고 또 백두대간을 할 때 구입하여 지금껏 산행할 때마다 찼던 시계이기에 왔던 길을 되짚어 가보지만 이내 인연이 아니란 것을 알고는 포기한다. 임진왜란 때 순창에 주둔한 왜군을 끌어들여 크게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는 유군치를 지나며 내장산국립공원에서 등산로 관리에 신경을 쓴 덕분인지 산행이 수월하기만 하다. 순탄하기만 한 등산로 주능선에 부는 바람은 종주자에게 쉬어가기를 권하기에 물과 간식을 하며 잠시 걸음을 멈추어 보기도 한다.

 

헬기장이 있는 장군봉에 올라 아내가 챙겨준 수박화채를 먹고 있는데 기습적으로 내리는 소낙비에 당황하며 숲속으로 피해보지만 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쏟아지는 빗물 섞인 화채를 입안으로 밀어 넣으면서도 앞으로 예상치 못할 이러한 강우를 어떻게 대처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만 한다. 장군봉을 지나 연자봉으로 가는 길에는 하늘을 덮을 듯 자욱하게 끼어 있던 구름덩어리들이 세찬 비바람에 밀려 흩어지면서 내장산계곡으로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기만 하다. 그 운무(雲霧)한가운데에 있는 나는 구름인가 아니면 바람인가?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내장산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다는 신선봉에 올랐다.

 

평소 같으면 내장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그만이겠지만 구름과 안개로 인해 그렇지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신선봉 정상의 평석에 음식을 올려놓고 식사를 한다. 까치봉 직전에서 소죽엄재로 방향을 틀며 내려와 순창고개로 가는 일반등산로를 무시하고 들어선 정맥길에는 형형색색의 리본이 반기고 있었다. 잘 정비된 등산로에 비하여 험하고 거칠기만 한 정맥길을 따라서 소죽엄재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서면 영산기맥이 분기하는 곳이다. 무질서한 듯 보이는 그곳을 뒤로하고 잘 정비된 순창 고개를 지나서 상왕봉을 오르기 전 가파른 경사도 앞에 긴장을 하면서 많은 땀을 쏟으며 정상에 올랐다.

 

백양사(白羊寺)를 품고 있기에 산정의 석산에서 풍기는 기운이 남다르기만 한데 이곳에서 간식을 하고는 도집봉을 거쳐 산행 간에 독도가 필요한 헬기장봉으로 내려왔다. 사전에 주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백학봉 쪽으로 잘못 진행을 하고는 아차 싶어 구암사로 가는 사면 길을 통해 정맥으로 복귀를 한다. 곡두재로 내려오는 길은 비탐방구간에다가 엄청난 급경사로 인하여 매우 위험한데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곳이라서 행보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표지기 마저 없는 길은 호남정맥이 맞는가 할 정도이고 호젓한 소로를 건너 수풀을 헤치며 오미자 밭을 왼쪽에 두며 수레 길을 따라서 수목장림에 도착을 한다.

 

사자(死者)들의 영역 한가운데를 지나며 길게 누운 명지산을 오르는 길엔 더욱 뜨거워진 불덩어리 같은 태양이 있었고 인간 세상이 가까워질수록 잡목과 가시덩굴들은 발악을 하듯이 대들고 있다. ! 호남들 한가운데 하늘을 향해 솟구치듯 솟아있는 내장산(內藏山)과 백양사를 품고 있는 상왕봉의 웅대함이 새삼 그리워지기만 한다. 강선마을이 있는 강상굴재로 내려와 산행을 마치며 정자(亭子)부근의 비닐하우스의 수도꼭지에 머리를 박고 염천산행에 땀으로 찌들어 버린 육신을 시원하게 식혀본다. 그리고는 예상치 못하게 장성읍 가는 버스가 일찍 들어오기에 허겁지겁 배낭을 챙겨 버스에 오르면서 추령에서부터 시작하였던 모든 산행을 접는다.


정읍터미널에 도착을 하여

추령으로 가는 버스시간이 남아있기에 시장에서 식사를 하고는

추령에 도착을 합니다.

고개 위 장승제단 앞 광장에서 비박을 한 후에

열린 철망 문을 통해 정맥길로 들어가

어두운 새벽길을 걷고

또 걸어서

여명이 트일 무렵에

유근치에 도착을 합니다.

잘 관리가 되고 있는 등산로를 따라서

안개 길과

산죽길을 걷다보면

장군봉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를 피해야 하였

구름과 안개만 없다면

조망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남긴 채

연자봉을 지나

신선봉으로 방향을 틀어 가노라면

생기 넘치는 곳과

가파른 계단을 통해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에 올랐습니다.

신선과 관련이 있는 곳을 내려와

조망터에서 바라본 신선봉은 가히 선경(仙境)었습니다.

까치봉 직전에서 급히 좌측으로 내려와

내장과 백양이 만든 골짜기를 왼편에 두고

산죽길에 올라서 바라본

내장산 신선봉은 웅대하기만 합니다.

소죽엄재를 지나

성벽의 흔적이 있는 곳에 올라 용산지를 굽어보며

영산지맥분기점인 새재봉을 거쳐

순창새재로 내려옵니다.

순수하기에 무궁할 것 같은 길을 걸으며

백양사를 품고 있는 상왕봉을 오르고

이곳이 아니고는

보지 못할

경이로운 자연에 흠뻑 취하며

출입금지표지판을 넘어갑니다.

곡두재까지 길게 이어지는 험한 길에 긴장을 하면서

험로산행 끝에 만나는 정맥 표지기가 반갑기만 합니다.

오미자 밭과 묘지로 변한 정맥길을 통과하여

수목장림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면

참배객을 위한 정자 두 곳을 거쳐서

인간의 손길이 아직 미치지 않는  명지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강상굴재와 앞으로 가야할 대각산을 조망합니다.

오지인 이곳에서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49번 지방도로를 통해


버스로 백양사역으로 이동을 하여 귀로에 오릅니다.

   

   

.산행시작 : 2016. 6. 30. 04:30

.산행종료 : 2016. 6. 30. 13:10

.도상거리 : 18

.산행시간 : 8시간40

.교통

-갈 때-

강남고속버스터미널(15:40)정읍버스터미널(18:40)

정읍버스터미널(19:30)추령(20:00)임순 버스

-올 때-

백양사역(14:47)영등포역(19:35)열차

영등포역(19:40)까치울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