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7. 19:03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5구간(개운치∼추령)
(湖 南 正 脈)
개운치∼추령(2016.6.15.수)
구름이 열린다는 의미의 개운치(開雲峙)는 전라북도 정읍시와 순창군을 경계로 하고 있는 고개이다. 운무에 뒤덮여 있을 정도이기에 이는 속계가 아니고 신선들이 산다는 선계(仙界)라고 해야 맞겠지만 아쉽게도 21번국도와 29번국도가 통과하므로 인하여 선경에 대한 환상은 이미 물을 건너 간지 오래이다. 가는정이에서 전일 새벽에 시작한 산행으로 인해 지친 몸을 개운치 아래에 있는 방산저수지 물로 씻고서 정읍시내에 나가 식사를 하려던 계획은 버스시간이 바뀐 줄을 모르고 기다리다가 사정을 알고서야 정읍에 나가려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는 일기예보에 내일 비가 온다는 소식이라 방산제방에서 하려던 비박을 근처 비닐하우스로 옮겨 우천에 대비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콩 볶는 것 같은 빗소리에 깨어 산행을 포기할까도 하였으나 한동안 내리던 비는 그치는 것 같아 짐을 정리하고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왔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인하여 통상적으로 오는 비를 장맛비라고 지레짐작해 산행을 포기하려한 것이 우습다는 생각을 하며 개운치의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면서 추령고개를 향한 행보를 시작한다. 하늘은 잔뜩 비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 언제라도 비를 뿌릴 태세이고 그러다보니 습도는 높기만 해서 헬기장봉을 오르는데 쏟아지는 땀을 주체하기가 힘들기만 하다. 망대봉 가는 주능선의 숲 사이로 보이는 정읍의 들판은 안개에 쌓여 있었고 거친 사면 길을 통해 군부대 철조망을 우회하여 시멘트도로를 따라서 두들재로 내려왔다.
두들재에서 바라본 망대봉 위로는 그동안 어둡던 구름이 걷히고 해가 높이 솟아올라 있는 것이 추령까지 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안심을 한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며 호남정맥뿐만이 아니라 높낮이 편차가 큰 정맥 산행의 고통을 느끼면서 가는 길에 반갑잖은 가시덩굴과 잡목을 헤치다보니 어느새 여시목이다. 고개 위 느티나무 옆에는 복분자 재배하는 밭이 있어 그 복분자 열매가 검붉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 탐스럽기만 하다. 얘기를 듣기로는 이 지역뿐만이 아니라 부근의 농민들이 앞 다투어 복분자 재배를 함으로서 그로인해 과잉생산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애써 지은 작물이 제대로 팔리기를 바랄뿐이다.
여시목을 지나며 내장산 국립공원지역에 들어서인지 그동안의 행보에 장해가 되었던 쓰러진 나무와 지겹도록 맞닥뜨리던 잡목과 가시덩굴이 어느 틈에 사라진 것을 볼 수가 있다. 내장산은 전라북도 정읍시와 순창군, 그리고 전남 장성군 지역에 걸쳐있는 예로부터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천관산, 전북 부안의 변산 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이라고 하는 곳이다. 내장산국립공원 안의 복룡재에서 추령봉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가파르기에 가다 서다를 반복해 하며 오르지만 속도는 붙지가 않는다. 힘겹게 이름 없는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었고 더 이상의 행보를 멈춘 채 주저앉아 거친 숨을 고르고는 종주자의 키를 훌쩍 넘는 산죽군락지를 헤쳐가면서 추령봉을 오르다가 사면 길을 만나게 되면서 우회를 한다.
내장산국립공원의 주능선을 따라서 늘어선 날카로운 창검(槍劍)과도 같은 내장의 암봉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암을 지나서 내려서게 된 추령은 춘백양 추내장(春百羊 秋內藏)이라는 말이 있듯이 형형색색의 가을단풍이 아름다운 고개로 순창군의 복흥면과 정읍시를 연결하는 49번 지방도로가 지나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산행을 마치며 넓은 공연장 앞에 있는 화장실 물로 대충 씻고 장승촌을 관리하고 운영한다는 음식점에 들어가 막걸리에 취하고 추령의 기운에 흠뻑 취해본다. 염천의 날씨 속에 시작한 호남정맥 제4구간과 5구간을 연속으로 진행하면서 감상굴재까지 가려던 계획은 비가 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추령에서 마치게 된 아쉬움이 남는다.
추령(秋嶺)에서 마신 술로 인하여 비몽사몽이다 보니 정읍버스터미널에 와서야 버스운전기사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게 되었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차창 밖의 드넓은 호남들판을 만나게 된다. 과거 중앙권력과 오랫동안 지방의 부패한 관료로부터 수탈을 당해온 지역의 민심이 폭발하게 된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게 된 곳은 버스 창을 통해 바라보아도 넓기만 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저곳에는 그때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동진강(東津江)이라는 표지판 뒤로 보이는 넓은 호남들판 위로 내리고 있는 장맛비의 추적거림이 웬지 허망하기만 하다. 이 비가 산행을 마치고도 무언가 허전한 마음에 촉촉이 내려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마친다.
곧 비가 내릴 듯 흐리기만 한 개운치의
대나무숲속으로 들어가
가파른 등로에서 인내(忍耐)의 의미를 새기며
헬기장봉에 오릅니다.
망대봉군부대철조망을 우회하여
방산제를 조망할 수 있는
군(軍)부대로 진입하는 도로를 만나게 되고
내려다보는 방산리 계곡이 시원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군표지판을 지나
호젓한 도로를 따라 두둘재로 내려와
잡목을 헤치며 476.4미터 봉을 오르고 나면
여시목입니다.
복룡재로 내려왔다가
힘겹게 오르게 된 봉에서 산행이 주는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며
키가 큰 산죽군락지를 지나
추령봉을 우회하여
내려오는 길에 산딸기들이 유혹을 합니다.
내장산국립공원(內藏山國立公園)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웅대한 자연 앞에
사람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추령봉을 뒤로하고 내려온
이 깊은 산중의 추령 장승촌이 신비롭기만 한데
호젓한 고갯마루에는 “정읍15㎞”라는 표지판과
내장산표지석이 있었습니다.
추령마을을 뒤로하고 정읍에 도착을 하여
다음산행에 참고가 될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비로 인하여 계획된 산행을 다하지 못한 회한(悔恨)이 남기만 합니다.
○.산행시작 : 2016. 6. 15. 06:00
○.산행종료 : 2016. 6. 15. 10:30
○.도상거리 : 약8㎞
○.산행시간 : 4시간 30분
○.교통
-올 때-
정읍버스터미널∼강남센트럴터미널(고속버스)
강남센트럴터미널∼까치울 역(지하철 7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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