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초리 이야기(11) 2022.3.1.화.

2022. 3. 1. 21:04나의 이야기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이야 당연하다지만 그동안 너무 추웠던 탓에 따뜻한 봄이 더욱 그리워진다.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던 중초천이 녹으며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이제 추위가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의 냉이를 캐는 사람들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속리산에서 시작된 하나의 산줄기가 북으로 향하며 달천을 만들고 남쪽으론 보청천을 내어 금강과 합류시킨다.

 

이른바 한남금북정맥이라고 부르는 정맥은 서북진을 하며 작은 산줄기 하나를 더 만든다.

 

보청천 남쪽 담장구실을 하며 보은읍으로 들어오던 산줄기가 중초들에다 골짜기를 낸다.

 

이 골짜기의 가운데로 중초천이 흐르는데 위로부터 상초와 중초 그리고 하초라 하여 예로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던 터전이다.

 

이곳 일대가 한때 내북면 면소재지가 되기도 하였고

 

그렇기에 초등학교까지 있을 정도로 번성하였던 곳이다.

 

중초들판을 따라 형성된 산자수명한 곳은 예전과 다르게 세월의 흐름에 많이 뒤처져 있다.

 

보은 읍내를 향해 가던 산등성이에 클럽 디 보은골프장이 들어서고 골프장 서편으로 중초리가 자리한다.

 

시골마을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대신하여 나이든 분들만이 남아 있다.

 

빠르게 흐르는 세월의 부침 속에 갈수록 시골 모습이 바뀌어 가고 있음이다.

 

지은 지가 약 70년 이상이 되는 본인 집은 어느 정도 수리를 하고보니 그럭저럭 살만 하다.

 

시골집답게 담장이 아예 없는 곳의 한쪽은 사철나무를 심고 다른 곳에 철쭉을 심었다. 서향집인 뒤쪽은 야트막한 산이 자리하고 북쪽은 사철나무가 방풍림이 되며 남쪽은 철쭉이 울타리가 된다.

 

나무로 울타리를 하면 보수나 유지비가 적게 들어 일반 담장에 비해 경제적이다. 그러나 집의 앞쪽은 블록담장이라 대문과 키를 맞추느라 블록위에 테크목을 대었다. 아무려면 어떠랴 싶다. 누가 뭐래도 오래된 종가 집이라 사람냄새가 물씬거리는 이 집이 좋다.

 

북쪽 울타리 옆으로는 작은 도랑이 흐르는데 그 위쪽으로 이집에서 나고 자란 분이 새로 터전을 마련하여 살고 계신다. 연세가 80대의 고령이면서도 열심히 운동을 하며 건강하게 지내신다.

 

바로 옆집은 본인과 비슷한 시기에 귀촌하여 살고 있으며 현재까지 사업을 하는 등 남다른 삶을 사신다.

 

남쪽으로는 철쭉나무가 경계를 한 오래된 공가가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아 집이 많이 상해 있다. 집이란 사람이 들어가 살며 관리를 해야 함에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공가 옆으로는 올해 70대 후반이신 아주머니가 홀로 지내고 있는데 부지런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매사에 긍정적인 분이다.

 

그 아랫집은 광명에서 귀촌하여 살고 계신 분으로 집을 계약 할 때 인연이 되었던 분이다. 그런 이유로 이 동네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으며 서로 간에 왕래 또한 빈번하다. 흔히들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고 했는데 은퇴 후 시골로의 귀촌은 정말 잘한 듯하다.

 

광명 집 옆으로는 이 마을에서 제일 큰 어른인 올 90대 중반이신 분의 집이다. 아드님이 아직도 현직에서 활동하는 가수이고 그 덕분인지 늘 정정한 것이 건강 하나만은 타고 나셨다.

 

그 할머니 옆의 집은 과거 중초초등학교 사택이었지만 현재는 일반 사람이 거주하는데 바쁘게 사느라 왕래가 없다.

 

사택위의 집은 작은 암자로서 젊은 스님이 살고 계신다. 눈이 오면 동네 진입로의 눈을 함께 치우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마을 초입의 외딴 집은 중초리노인회장님이자 반장 일까지 도맡아 하시는 분의 집이다.

 

이렇게 작고 인구도 몇 명 되지 않는 곳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만나는 것마저 뜸해진 마을이 되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시대가 끝나고 사람들의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이 중초리에도 평화가 찾아 올 것이다.

 

사람들이 정겹게 오고가는 진정 살기 좋은 곳으로의 말이다.

 

과거에 번성하였던 시절은 아닐지라도 이웃 간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동네가 되었으면 한다.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중초천물과 이를 감싼 산세가 아름다운 중초마을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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