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5. 13:27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3구간(불재∼가는정이)
(湖 南 正 脈)
불재∼가는정이(2016.5.13.금)
바람같이 왔다가 화살처럼 가버린 봄을 아쉬워 할 겨를도 없이 높아진 기온으로 인하여 봄은 가고 여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평범하게 반복되는 삶속에서 하루하루가 무상하기만 한데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마음 속 한 곁에 자리한 이 허망함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공연히 미숙하기만 한 삶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라도 호남정맥으로 들어가야만 하였고 산행을 통해서 느끼는 고통과 괴로움은 나약해지려는 마음에 담금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곳으로 떠나려는 행보에 있어 조금의 미련이 있을 수가 없다.
산행 전일에 전주(全州)에 도착하여 전북대학교 앞에 있는 “레스피아”찜질방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살포시 비가 내려앉아 있는 가운데 전북대 버스정류장에서 농산물시장 차고지를 출발하여 상운 암까지 운행하는 947번 시내버스에 올라 불재에 도착한다. 하늘은 잿빛이라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은데 정맥능선을 차지하고 있는 참숯공장을 우회하여 활공장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서 올라온 정맥 길엔 맑은 기운(氣運)이 넘치고 있기에 이를 통해 세상에서 겪어야 했던 온갖 번뇌 덩어리들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패러글라이딩 장소인 416봉에서는 구이저수지와 그 너머로 모악산(母岳山)이 조망이 되지만 짙게 낀 안개로 인하여 활공장 삼거리에서 행보를 멈춘다. 모악산은 전주김씨의 본향으로 한국동란 중 다른 도시는 전쟁의 포화에 쑥대밭이 되었으나 전주만이 이를 피한 것은 후손인 김일성이가 평생에 와보고 싶어 하던 염원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자욱하게 끼어있는 안개 속을 헤치며 도착한 치마 산에서 긴 내림 길을 통하여 작은 불 재로 내려왔다. 개념도상에는 동성리 방향으로 내려갈 수가 있다고 표시되어 있으나 오랫동안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기에 길 찾기가 쉽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가파른 지형은 위험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오랫동안 정맥길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걷히면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였으며 전망암에서는 그 명성에 걸맞게 염암재를 향한 굽이진 길과 호남 산군이 펼쳐놓은 매력에 흠뻑 빠져 볼 수가 있었다. 염암재로 내려왔다가 힘겹게 오르게 된 2봉에서 여유 있는 식사를 하며 땀내 풍기는 옷을 벗어본다. 연속하여 3봉과 국사봉 분기점인 4봉을 경유하여 오르게 된 오봉산 아래에는 호수가 아름다운 옥정호(玉井湖)가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과 정읍시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인 옥정호는 이 지역을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고 넓은 호남 들판에 물을 대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오봉산을 내려와 749번 지방도로를 따라 운암삼거리를 향하였어도 무방할 뻔한 길을 굳이 정맥 길에 들어서게 됨으로서 잡목과 가시나무에 무한히 찔리게 되는 고통을 당해야 하였고 통덕랑(通德郞)벼슬을 하였다는 비석이 자랑스러운 묘지에서 좌로 방향을 틀어 내려온 곳은 27번국도와 749번 도로가 만나는 운암삼거리였다. 초여름날씨와도 같이 찌는 듯 한 무더위 속에서 “어부집”을 휘돌아 올라오게 된 모악산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더위와 산행에 지쳐버린 육신은 털버덕 주저앉아 버리는데 소진된 기(氣)를 충전하기 위해서라도 걸치고 있던 옷을 완전히 벗은 상태로 정맥의 기운을 온몸 가득히 받아들인다.
묵방산으로 가는 길은 가시달린 넝쿨나무와 잡목이 촘촘하게 그물을 짠 채로 포진을 하고 있기에 이를 뚫고 나가기가 쉽지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엄지손톱보다도 더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나무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찌르고 들어오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숲길이 너무 위험하기만 하다. 하늘을 향해 기세 좋게 솟아있는 묵방산을 오르고 이곳에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여우치를 향해 구르듯이 내려온다. 낮선 이방인의 출현에 놀라서 짖어대고 있는 개(犬)들만이 보이는 여우치 마을을 지나 발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장작골에서 출발하는 974번 전주행 막차를 타기 위해서이다.
야트막하게 형성된 능선을 따라 내려온 곳은 옥정호수를 끼고 있는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가는정이 마을인데 버스승강장이 있는 삼거리에서 누가 보거나 말거나 남아있는 물로 대충 씻고 지독한 땀내가 배어있는 등산복을 갈아입는다. 그러면서도 전전긍긍하게 된 것은 행여 버스를 놓칠까봐서이다. 그러나 고대하던 버스는 한 시간여를 더 기다린 끝에 도착을 하였는데 이로서 삼복더위가 무색할 정도의 초여름 날씨 속에서 가시넝쿨나무에 찔리고 잡목을 헤쳐 가며 하게 된 산행을 마칠 수가 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후 갈 길이 바쁘다보니 푸른 옥정호(玉井湖)를 눈앞에 두고 여유 있게 한잔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전주(全州)에서 상운암 가는 947번 버스로 불재에 도착을 하여…
패러글라이딩활공장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서 오르다가…
오매불망 그리던 정맥 길로 들어섭니다.
해발 436.1봉에 오르고…
호남정맥의 정기가 충만한 가운데…
동식물들이 자유롭게 생육되고 있는 곳에는…
안개가 자욱하기만 하였습니다.
치마산에 오를 때까지 안개는 계속되었고…
안개가 걷힌 작은불재를 지나…
편백나무 숲을 지나며…
437미터 봉에도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전망암에 도착하여…
염암재를 내려다보며…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는 불가분이란 것을…
생각하면서…
55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염암재로 내려옵니다.
520미터 봉에 오르며 지나온 정맥길을 돌아다보고…
가파른 내리막을 통해…
다시 오른 곳은 364.7미터 봉이었습니다.
봉분이 있는 2봉에서 식사를 하고…
3봉으로 가는 중에 소모마을을 향한 산줄기와…
3봉 표지목과…
국사봉 갈림길인 4봉을 거쳐…
소모마을로 내려가는 안부를 지나…
오봉산으로 오르는 길에…
옥정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섬진강물을 막아…
다목적 기능으로 활용하고 있는…
호수를 내려다보며…
오봉산정상을 내려오면…
749번 지방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전지작업 중인 아주머니들 뒤로…
들어서게 된 정맥 길에서…
전쟁과도 같은…
힘겨운 산행을 하고는…
전주이씨 세장지지로 내려옵니다.
그리고는 운암삼거리의 “어부집” 뒤를 돌아서…
모악산 분기점에 도착을 합니다.
가시덩굴에 찔려가며 묵방산에 오른 다음 여우치로 내려와…
배남재를 거쳐…
광산김씨 묘원에서 뒤를 돌아보며 지나온 궤적을 그려봅니다.
283.4봉을 지나며…
가는정이 마을에 도착을 함으로써 호남정맥 제3구간 산행을 마칩니다.
○.산행시작 : 2016. 5. 13. 07:20
○.산행종료 : 2016. 5. 13. 17:20
○.도상거리 : 약23㎞
○.산행시간 : 10시간
○.교통
-갈 때-
까치울 역(17:45출)∼강남고속버스터미널(18:23착)
강남고속버스터미널(18:30출)∼전주고속터미널(21:10착)
전북대/농협 버스정류장(06:45출)∼불재(07:20착) 947번 시내버스
-올 때-
가는정이∼전주금암동(974번 시내버스)
전주고속버스터미널∼강남센트럴터미널(고속버스)
강남센트럴터미널∼까치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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