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4. 21:08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7구간
(湖南正脈)
큰덕골재∼장구목재(2017.3.1.수)
이번 산행은 그리 길지 않는 거리인데도 종주한 후에 후유증이 오래도록 남았던 고통스러운 구간이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오후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여서 우중산행을 하는 것이 싫어 산행을 다음으로 미룰까도 생각을 하였으나 빨리 정맥종주를 마쳐야하는 강박감에 출발하게 된 산행이다. 전일 야간근무의 피로가 채 가시기전에 미리 꾸려놓은 배낭을 메고 광주광역시 광천터미널로 가기위해 집을 나선다. 집 앞의 까치울역에서 7호선 지하철을 타고 여유 있게 고속터미널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된 버스표를 구입하는 것으로 제17회차 호남정맥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삶이란 도대체 무엇이 길래 이렇듯 스스로를 고단한 길로 걸어 들어가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어떠한 의무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가만히 있는 다 하여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견디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헤매야 하는 것을 자문해 본다. 그러나 인생이란 몸부림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극기 훈련과도 같은 이 길을 통해 느끼는 희열이 강열하고 크다보니 도저히 행보를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숙명과도 같은 그곳을 향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호남정맥을 갈 뿐이다.
새벽4시에 광주 유·스퀘어에 도착을 하여 버스터미널 내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는 05:34경에 출발하는 초방리행 버스를 탄다. 화순군 청풍을 거쳐 도착한 이양면의 초방마을에서 큰덕골재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올라와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간다. 계절은 이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려는지 초방리에서 이곳까지 1.7㎞를 걸어오면서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버렸다. 오늘 일기예보에 이곳의 기온이 영상 14도가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로보아 앞으로 더 이상의 추위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행 초반부터 과도한 땀을 쏟아서인지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운데다가 속도마저 붙지 않는 것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거기에 더하여 오늘따라 배낭무게가 신경이 쓰일 정도이다 보니 몸이 뒤로 축 처지는 느낌은 마치 배낭에 추를 하나 더 달은 것 같기만 하였다. 군치산을 오르기 전 돌무더기가 있는 작은 재를 뗏재라고 착각을 하였는데 군치산을 지나 뗏재에 도착을 하여서는 정녕 맥이 풀리는 것이 종주산행 초반부터 힘이 들기만 하다. 속세로 들어온 정맥답게 난잡한 산행을 하며 숫개봉에 올라 눈앞에 있는 봉미산의 장벽과도 같은 가파름이 답답하기만 하다.
봉미산의 서슬 푸른 산세로 인해 속담에 있는 “태산이 높다하되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란 구절을 수없이 되 뇌이며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고 이어서 해발506미터의 봉미산 정상이다. 조망이 없는 이곳에서 길게 머무름 없이 경사가 급한 내림 길을 내려오면 곰치재이다. 곰치는 화순에서 장흥군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839번 지방도로가 지나고 있는 고개로서 고갯마루에 휴게소가 있지만 그곳까지 가야 할 이유가 없어 곧바로 도로를 건넌다. 그리고 장흥군에서 설치한 깔끔한 이정표가 그냥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봉분은 없고 묘비만이 있는 상당한 면적의 산소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식사를 한다. 지금껏 주능선에 불어대던 바람이 이곳에서는 자고 있으니 이만한 명당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배낭에서 아내가 준비해준 밥과 국을 꺼내 국은 버너를 이용하여 데운다. 아내란 무엇인가? 살면서 잔소리를 수없이 해대지만 이렇게 깊은 산중에서 정성들여 싸준 음식을 대하고보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좋은 뜻에서의 얘기에도 발끈하는 내 자신을 볼 때 지금껏 그토록 많은 산을 다녔으면서도 부족하기만 한 수양이 부끄럽기만 하다.
흐리겠다던 날씨는 갈수록 덥기만 하여 반팔티셔츠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데 이 더위 속에 자꾸만 소매를 걷다보니 잡목에 노출된 팔을 긁히며 힘겹게 무명봉에 올라서게 되었고 운곡과 월곡마을 뒤로 크게 돌아 북으로 흘러가고 있는 호남정맥의 용틀임을 본다. 그리고 삼계봉과 가지산 사이로 잘록하게 들어간 “장고목재”는 마치 장구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그리 불리는 모양인데 어쨌거나 운곡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백토재로 내려서고 다시 국사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을 가다 서다 반복하면서 오른 다음에 지척에 있는 깃대봉에도 올랐다.
화순군 이만리에서 장흥군의 유치면으로 넘어가는 구불구불한 도로 끝에는 땅끝기맥을 넘는 바람재가 있었고 그 아래 저수지의 청록색 호수물이 청정해 보이기만 하다. 이다음 정년 후에 이런 곳에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노적봉으로 오르면 땅끝기맥이 시작됨을 알리는 석비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땅끝기맥은 이곳에서 분기하여 나주와 장흥, 그리고 영암을 지나면서 영산강의 남쪽을 이루다가 강진의 두륜산과 달마산을 거쳐 해남의 땅끝 토말에 이르는데 도상거리 117㎞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노적봉을 내려와 삼계봉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잦은 오르내림 산행으로 인해서 체력은 이미 완전히 방전이 된 상태이고 그러다보니 무거워진 몸을 추스르기 어렵기만 하다. 삼계봉의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기상시설물이 있는 장구목재인데 더 이상의 행보가 무리라는 것을 알고 이곳에서 산행을 멈춘다. 초방마을에서부터 시작을 하여 이곳까지 약19㎞를 걸어와 앞으로 목적지인 피재까지는 고작 2시간가량이 남았지만 미련은 접고 장구목재에서 월곡을 향해 내려오는데 가벼울 줄로만 알았던 강우는 월곡마을에 도착하면서부터 장대비로 변하더니 무섭게 내리고 있었다.
광주 유·스퀘어에서부터 타고 온 218-1번 버스에서 내리면
화순의 초방인데 이곳에서는 대덕마을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느티나무 아래 정자를 지나
임도길을 따라
큰덕골재에 도착을 하면서 호남정맥17회차 산행을 시작합니다.
벌목지대를 지나고
산죽군락지도 지나면
임도가 정맥 길과 나란히 있는 것을 본다.
이름 없는 봉우리를 내려와
뗏재인 줄 알았던 곳을 통과하며
조망이 좋은 봉우리에 올라
조각난 채 버려진 군치산 표지판을 볼 수가 있었고
그리고는 진짜 군치산이다.
장흥 복흥리와 화순 청풍을 있는 뗏재로 내려왔다가
다시 오르면 봉미산까지의 거친 산군에 기가 꺾이고
그러다보니 정맥길 아래의 임도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멍멍이 2마리가 반기는 외진 곳의
파란색의 집을 통하여
숫개봉에 오르고
그리고는 너무 힘이 들었던 봉미산 입니다.
곰치재로 내려와
839번 지방도로를 건너
숲으로 들어가 호남정맥산행을 이어갑니다.
차돌바위지대를 지나
운곡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백토재이고
가파른 오름길 상단의 산죽지대에는
국사봉이 있었습니다.
청정지인 청풍면을 굽어보며 오른 곳은
깃대봉인데
숨 고를 사이 없이 다시 내려오면
장평의 운곡리로 연결된 갈림길입니다.
잦은 오르내림으로 인해 지친 몸이 도착한 곳은
노적봉인데 이곳은 땅끝기맥이 분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삼계봉을 끝으로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와
기상관측시설물이 있는
장구목재에서 산행을 멈추고 마을로 내려옵니다.
가볍게 내릴 줄 알았던 비는 점차 굵어지더니 이제는 굵은 장대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하는데 어찌 보면 장구목재에서 우중산행을 하지 않고 종료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이번 구간 잦은 높낮이 산행으로 힘이 들었고 또 목적지인 피재까지 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호남정맥 17회 차 산행을 마칩니다.
○.산행시작 : 2017.3.1.07:36경
○.산행종료 : 2017.3.1.15:55경
○.산행거리 : 약 18.51㎞(초방∼큰덕골재 1.7㎞포함)
○.산행시간 : 약 8:19분
○.교통
-갈 때-
⦁강남센트럴터미널(01:00출)∼광주광천터미널(04:00착)
⦁광주광천터미널(05:35출)∼화순 초방마을(07:23) 218-1번 버스
-올 때-
⦁월곡에서 봉림(군내버스)18:00출발
⦁봉림 버스정류소(18:50출)∼광천터미널(시외버스)
⦁광주광천터미널∼강남센트럴터미널(고속버스)
⦁강남센트럴터미널∼영등포역(시내버스)∼까치울역(700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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