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제18구간(장구목재∼갑낭재)

2017. 3. 16. 14:44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8구간

(湖南正脈)

 

 

장구목재갑낭재(2017.3.13.)

 

 

대통령 탄핵으로 찬반양론이 갈린 어수선한 가운데 서울을 빠져나와 호남정맥산행에 있어 거점도시가 되어 버린 광주로 내려왔다. ·스퀘어에서 장흥(長興)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장평 봉림정류장에 내려 월곡의 장구목재로 가는데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님은 엔간한 정치평론가 수준을 넘어선다. 박 전() 대통령의 선대 행적에서부터 탄핵을 당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분망한 대화를 하다 보니 장구목재이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몸도 풀고 산행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려가지 않고 계속적으로 정치이야기를 꺼내는 기사님을 피해 얼른 산으로 들어서면서 호남정맥 18회 차 산행에 들어간다.

 

장구목재는 장평면 월곡과 유치면 봉덕리 사이에 있는 고개로 삼계봉과 가지산의 중간 지점인데 모양이 움푹하게 들어간 지세라서 자연스럽게 양쪽 지역을 연결한 곳이 되었다. 지금까지 서진을 하던 호남정맥이 북으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살짝 남쪽으로 몸을 트는 장소이기도 한 이곳 일대에는 황사가 진하게 내려 앉아 있어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좋지 않은 날씨이다. 이러한 조건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아내는 호흡기가 좋지 않는 내가 산에 가는 것을 한사코 말렸을 것이다.

 

황사로 인하여 흐릿한 윤곽의 가지산을 향해 오르락내리락 하며 가지산을 눈앞에 두고 갈림길에서 정상을 포기한 채 내려오면서도 이에 대한 미련은 없다. 오직 이 황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이 있을 뿐인 가운데 뒤돌아본 가지산은 명산의 풍모가 넘치는 의연한 모습이다. 어느새 날씨는 서서히 황사로부터 빠져나와 있었지만 기온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한다. 탐진 호가 어렴풋이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서 한숨을 돌리며 탐라국의 탐()자와 강진군의 진()자를 조합해 만들었다는 탐진강이 장흥땅을 휘감아 돌고 있는 것을 본다.


820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피재를 향하여 급하게 내려가다 보면 마을을 앞두고 양지바른 곳에 생전 면장을 지냈다는 분의 묘소를 볼 수가 있었고 그리고는 태양열 발전을 위한 시설물이 설치된 곳을 지난다. 동물 이동통로를 통하여 피재를 건너 김해김씨 세장산(世葬山)을 경유하며 지루한 오름을 한 끝에 병무산에 올랐다. 아직도 엷게 끼어있는 황사지만 탐진강이 가지산에서보다 더욱 분명해진 가운데 계절은 이미 겨울을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완연한 봄 날씨라서 아직 움트지 않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니 어서 이 호남정맥에 봄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병무산을 내려와 장평면과 부산면을 이어주고 있는 부관임도의 넓은 고갯마루에서 식사를 한다. 약간은 이른 봄이라서인지 고개를 넘는 바람이 쌀쌀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오는 봄을 어이 막겠는가? 그리고 포식을 한 대가는 시설물이 있는 용두봉을 오르며 고통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용두산 정상에서 지친 몸을 잠시 쉬어본다. 장흥 땅을 밟으며 지금껏 여기까지 오게 된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도 호남의 남쪽 끝 동네인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왠지 실감나지가 않는다.

 

산이 있고 그리고 강이 있으며 또 광대한 바다와 넓은 들을 가지고 있는 장흥은 서울의 광화문에서 남쪽으로 곧장 내려오면 망망대해로 통하는 나루라는 뜻의 정남진(正南津)이지만 어쨌든 사람이 살기 좋은 고장의 명산 용두봉을 내려온다. 그리고는 다시 진행을 계속하게 되는데 속계로 내려서는가 싶은 정맥은 용트림하듯 하늘로 솟구치기를 반복해서 하는 바람에 종주자를 지치게 한다. 남해고속도로와 2번국도가 나란히 가며 내는 자동차소리를 통해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갑낭재가 가까워 진 것을 확신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행보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높낮이가 심한 주능선을 따라가며 산 아래 동네인 만년리가 평화롭다고 느끼기에 앞서 그 건너로 위압스럽기만 한 제암산의 위풍당당한 기세에 눌려 다음산행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풍수상 보검을 칼집에서 빼는 형국이라는 갑낭재에 도착을 하였으면서도 마음은 편치가 않다. 인생이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지만 그 흐름 속에서 언제나 청춘일 것 같았던 삶도 함께 간다. 멈추면 끝나버리고 마는 인생에서 불필요한 행위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게 한 삶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광주 유·스퀘어 26번 홈에서 이양 장흥 회진06:05분차를 타고


장평봉림에서 이분이 운전하는 택시로 장구목재에 도착을 합니다.


예상치 못한 황사로 인하여


산행 내내 불편은 하였지만


홀로 산행이 주는 자유가 더 크기만 하다.


가지산이란 이정목에서


진짜 가지산을 바라다보고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어 내려갑니다


뒤돌아본 가지산과


내려다본 탐진강!


그리고 살짝 일부만 보이는 보림사를 뒤로하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송묘를 지나


태양열 발전시설을 따라서 내려와


피재를 건너갑니다.


동물이동통로에서


김해김씨 세장산을 통해 오르면


편백나무 군락지가 있었고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병무산에 올라


멀리 탐진강과


호남주능선에 봄이 오는 것을 느껴봅니다.


부관임도로 내려서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는 오름을 시작하여


금강재를 지나면


용두산이 나뭇가지사이로 보인다.


용두산에서


산행이 마무리 되어가는 기쁨을 맛보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암산은 아직 황사로 희미하기만 합니다.


다 왔다고 방심할 때가


평정심을 잃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음을 다잡고


주능선을 오르내리며


만년고개로 내려와


암릉 길에서 내려다본 만년마을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남해고속도로와 2번국도 뒤로 제암산이 위압스럽기만 한데


양지 쪽 진달래꽃망울이 개화를 재촉합니다.


350봉을 마지막으로 내려오면


2번국도가 지나가고 있는


갑낭재로서


고개 마루의 석비에서 호남정맥 제18차 산행을 마친다.


국도를 따라 장동면 면소재지인 배산으로 가는 중에


석재공장 옆에 있는 효열비(孝烈碑)에서 간단하게나마 산행의 흔적을 씻고 보니 개운하기만 하다.

  


.산행시작 : 2017.3.13.07:46

.산행종료 : 2017.3.13.16:09

.산행거리 : 19

.산행시간 : 8시간23

.교통

-갈 때-

강남센트럴터미널(00:30)광주 유·스퀘어터미널(03:45)

광주 유·스퀘어터미널(06:05)봉림(07:30) 시외버스

봉림장구목재(장평택시)

-올 때-

갑낭재배산(도보)

배산광주광천터미널(시외버스)

광주광천터미널강남센트럴터미널(고속버스)

강남센트럴터미널까치울역(지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