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5. 17:43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6구간
(湖南正脈)
개기재∼큰덕골재(2017.2.1.수)
지난번에 산행을 하였던 호남정맥 제15회차 구간행보가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아직도 육신은 그 후유증이 남았는지 호남정맥으로 들어가려는 마음을 자꾸만 망설이게 한다. 그리고 산행에 대한 걱정이 더 드는 것은 횟수를 더해 갈수록 광주광역시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산행지에 대한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서인데 그것은 우리나라의 최남단이라고 할 수 있는 전라남도 보성군과 화순군 장흥군등 산이 많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라는 것에서이고 두 번째로는 이에 따른 산행지로의 접근과 탈출이 간단치가 않기 때문이다.
지난번과 같은 경로를 통해서 광주광역시 유스케어 터미널에 도착을 하고는 화순행 버스를 갈아탄 다음에 이양면 금능삼거리에 내려 이양택시를 호출하여 개기재로 간다. 이곳 토박이인 운전기사는 정맥을 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꽤 깊은지 묻지 않는데도 개인택시를 하며 멧돼지가 나타났다고 하면 엽총을 가지고 출동하여 사냥하기도 한다는 등 자기소개를 한다. 또 등산객을 위해 본인의 집에는 숙박이 가능하다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개기재에 도착을 하게 되었고 장비를 챙겨서 정맥에 붙으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화순군 옥리의 상촌과 보성군 복내면 사이의 개기재(犬起峙)는 58번 지방도로가 통과하고 있는 고개로서 "의령남씨설단"이 있는 곳을 왼쪽으로 돌아 정맥능선에 붙으면 복내면의 고즈넉함과 지나온 주능선이 주는 정겨움이 있었다. 능선의 삭풍에 옷깃을 세워가며 오르다보니 넓은 억새군락지가 나오고 막힘없는 조망지인 이곳에서 바라보는 두봉산을 비롯하여 눈앞에 펼쳐진 넓고도 두텁게 중첩된 산군과 보성강을 사이로 화순을 지나 보성 땅에 장벽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 호남정맥의 위용에 감탄한다.
넓은 테크가 있는 헬기장부터 잡목제거가 잘 되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서 오르면 계당산(桂堂山)이 나오는데 사방으로 탁 트인 정상에 서고 보니 이 일대가 조정래 작가가 쓴 “소설 태백산맥”의 소재가 되었던 곳이라서인지 이렇게 산중을 쏘다니고 있는 것이 현대판 빨치산이 아닌가 싶기만 하다. 흔히들 호남은 핍박받는 땅이고 한(恨)이 많은 고장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어디 이 고장뿐이겠는가? 삼천리강산에 고래로 기득권층의 끊임없는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한곳이라도 있었는가 싶기만 한 것은 지난 역사를 보더라도 금방 알 수가 있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말하기에 앞서 지금껏 이 나이가 되도록 철없이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하면서 가다 보니 예재이다. 화순군에서 보성으로 들어가는 29번국도가 지나가는 곳이라서인지 교통량이 많아 차 소리가 요란하지만 정작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대신하여 예재터널이 뚫려서인지 상대적으로 한산해진 도로에는 잡풀까지 자라고 있었으며 갓길로부터 흙으로 덮여져 가고 있는 것이 쓸쓸함을 더해주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가끔씩 다니는 차량과 어쩌다 찾는 등산객만이 전부인 고개가 적막하기만 하다.
예재를 지나서 오른 온수산 정상에는 간벌작업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표지기가 있기에 그것을 원래대로 매달아놓고는 시리산에 올랐으나 이곳의 표지판도 두 쪽으로 깨진 채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나마 표지판이 온전한 상태로 나무에 걸려있는 봉화산에 올라 자리를 펴고 식사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면서 세찬 바람 속에 눈이 내린다. 눈보라 속에도 집에서 가져간 육개장으로 느긋한 점심식사를 하고는 오늘 산행의 막바지로 가는 여정이 시간까지 넉넉하여 전혀 급할 것 없는 행보가 여유롭기만 하다.
진산리에서 올라오는 임도 끝의 가위재를 지나 고비산에 오르고 나무숲사이로 초방마을을 내려다보며 시간적인 여유와 더불어 몸도 크게 지친 것이 아니기에 곰치까지는 충분히 갈수가 있지만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부담 때문에 큰덕골재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마치 백두대간의 한곳을 걷는 것 같이 첩첩이진 산세와 그 사이사이에 보석같이 박혀있는 인가들이 조화로운 가운데 과거 빨치산 활동의 근거지로 토벌대와 빨치산 그리고 거주민의 애환이 켜켜이 쌓여 있을 것 같은 곳을 지나 큰덕골재에 도착을 한다.
포장이 안 된 임도 길은 산아래 초방리까지 가까운 줄 알았으나 한참을 내려가게 되었고 마을 어귀의 개울가에서 차가운 계곡물로 세수를 하고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16:20분 초방마을회관을 출발하는 218-1번 버스를 타고 광주로 나온다. 서울로 향한 귀로에서 사람이 사는 것이 뭐 별것인가 라고 생각되는 것은 자신이 하고픈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그리고 산행에 있어서는 백번 걱정하는 것 보다 단 한번이라도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친다.
어둠이 걷히고 있는 개기재에 도착을 하여
진입로를 통해 들어가
"의령남씨설단비"를 좌측으로 돌아
거센 바람이 불고 있는 정맥주능선에 올랐습니다.
억새밭이 넓게 펼쳐진 곳에서
지나온 호남정맥과
가야할 보성의 산들을 조망하고는
헬기장으로 올라와
보성강을 끼고 있는 복내면과
호남산군이 만들어낸 절경에 푹 빠져봅니다.
계당산 정상에는
냉전시대의 한(恨)이 된 바람 앞에
온몸을 맡깁니다.
잡목제거가 잘된 정맥길을 따라서
길게 내려오면
오늘 구간에 있어서 절반에 해당하는
예재입니다.
터널이 생김으로 인하여 한산한 곳이 되어버린
예재고개를 지나
온수산을 거쳐
봉화산에 올라와 보니
거친 바람과 함께
소량이지만 내리는 눈보라 속에서 식사를 합니다.
벽옥산으로 가는 갈림길인 수동재를 지나
가위재에 도착을 하고
고비산에도 오릅니다.
유순한 산세를 따라 내려가면
초방리로 내려갈 수 있는 큰덕골고개가 나오고
“부호군죽산안공묘소비”가 세워진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마칩니다.
○.산행시작 : 2017.2.1. 07:13분
○.산행종료 : 2017.2.1. 15:07분
○.산행거리 : 약19.04㎞
○.산행시간 : 약7시간56분
○.교통
-갈 때-
까치울역(00:04출)∼강남센트럴터미널(00:42착)
강남센트럴터미널(01:00출)∼광주광천터미널(04:00착)
광주광천터미널(05:35출)∼이양면 금능삼거리(218-1번 버스)
이양면 금능삼거리∼개기재(07:05착)택시
-올 때-
초방(16:20)∼광천터미널(218-1번 버스)
광주광천터미널∼강남센트럴터미널(고속버스)
강남센트럴터미널∼까치울역(7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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