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7. 16:00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구간(주화산조약봉∼슬치)
(湖 南 正 脈)
주화산조약봉∼슬치(2016.4.25.월)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다. 일요일이기에 한가할 줄 알았던 업무가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바빠지다 보니 가까스로 일을 마무리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미리 꾸려둔 배낭을 메고 서울강남터미널에 도착을 한 시간은 23:53분으로 간신히 예약된 막차를 탈수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버스 안에서 통로 건너편에 승차한 손님의 예의 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전주까지 가는 동안 눈을 붙이려고 한 생각은 물 건너가게 되었다. 전주고속터미널에 도착을 할 때까지 두 시간이 넘게 전화를 하는 승객의 몰염치에 호남정맥으로의 입문(入門)부터 너무 힘이 들기만 하다.
지난번 강원도 매봉산에서 낙 동 정맥을 시작한 이후 부산의 몰운대까지 도상 419㎞나 되는 기나긴 길을 걸어 바다에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는 정맥종주를 마감하며 일망무제의 광대한 남해(南海)를 바라보면서 새삼 세상이 넓고도 넓다는 것을 실감한다. 대자연이 위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티끌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며 신(神)이 만든 자연에 가까이 가려 발길을 호남(湖南)땅으로 돌리게 되었고 이제 호남정맥 445㎞에 이르는 장거리 길을 떠나려 하니 낙 동 정맥을 마치면서 노래하던 “천년바위”가 이곳에도 있었다.
전주 중앙시장 앞 “세이브 존”에서 노숙을 하고 한기(寒氣)로 인하여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에 평화동종점에서 장승리가는 872번 첫 버스로 모래 재 휴게소에 도착을 한다. 그리고는 전주공원묘지에 있는 사자(死者)들의 안식처를 빠져나와 세봉임도를 통해 주화산조약봉에 올랐다. 주화 산(珠 華 山)은 금남호남정맥과 금남정맥, 그리고 호남정맥 등 3개 정맥이 모이고 흩어지는 신성한 곳이라서인지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았는데 조약봉정상에서 신(神)께 호남정맥 산행을 하게 됨을 고(告)함으로서 호남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정맥의 하늘위로 떠오른 태양은 뜨겁기만 하여 지금이 4월이라는 것을 잊은 것 만 같다. 반바지가 그리울 정도의 고온 속에서 주능선에 피어있는 연분홍의 수수한 철쭉꽃 길을 가는 도중에 뒤를 돌아보니 멀리 주화산조약봉이 그저 빼어나지도 않은 채 수수하기만 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저 미약하고 이름없는 봉우리에다가 주화 산이라는 산명이 가당키나 하냐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러나 저곳이 삼정맥분기점이요 또 이 지방에서 오랫동안 주화산조약봉이라 불리어 온 것을 굳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나친 사대(事大)가 아닐까 싶기만 하다.
그리고 이참에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화산조약봉 밑으로 밀어버린 주화산상석과 표지 석을 원래자리로 옮겨놓는 것이다. 정상에서 굴러 떨어진 채 낙엽 속에 묻혀 있는 상석을 보니 차마 황감하기만 하여 행위자는 신(神)께 사죄하고 원상복구 해 놓길 정중히 바란다. 표지판만이 있는 옛 곰치(熊 峙)를 지나며 도착한 웅치전적비울타리에는 수많은 노란리본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과거 이곳 일대가 임진왜란당시 전라도로 침입하려던 왜군을 방어하기 위하여 혈전을 벌렸던 곳이라고 하는데 리본은 이를 잊지 않는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웅치전적 비 아래로는 오래전 진안에서 전주로 가는 주요도로였던 옛 도로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고개를 넘는 바람만이 쓸쓸한 채인 것은 험한 고갯길로 인하여 잦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다보니 그 기능을 조약터널이 있는 현재의 도로에게 빼앗기고 그저 호젓한 옛길로 남아 있을 뿐이다. 관산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고개위에서 무거운 배낭을 벗어놓고 막걸리를 반주삼아 식사를 한다. 지금껏 잠도 잊은 채 걸어온 육신은 강한 햇볕과 여름과도 같은 고온의 날씨 속에 지쳐만 가는데 험한 만덕 산 산행에 대비하여 억지로 입에 넣는 밥이 맛이 있을 리가 없다.
만인에게 덕을 베푼다는 만덕 산에 올라서는 도저히 몰려드는 피로와 잠을 견디지 못하고 배낭에 기대어 잠이 들어버리고 만다. 긴 잠은 아닐지라도 이러한 쪽잠으로 인하여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끼며 험한 암 봉을 우회하면서 산행을 계속한다. 만덕 산을 지나 정맥은 완주군과 임실군을 경계로 하며 흐르고 있는데 갈수록 산세가 유순해 지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속세를 향해 가까이 갈수록 정맥의 산들은 개간이라는 미명하에 수목들이 잘려나간 상태이고 그러다보니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를 17번 도로로 착각하여 한때 우왕좌왕하기도 하였다.
원치 않았던 알바로 인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체력은 급속도로 떨어져서 파김치가 된 채로 박이뫼산에 올랐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칠흑의 어두움으로 오직 살아서 숨 쉬고 있는 것은 종주 자 하나뿐이라는 생각만이 든다. 해발316미터의 박이뫼산을 끝으로 임도를 따라서 슬치로 내려온다. 고개위에 있는 정든 장 모텔 사이로 내려온 슬치고개엔 17번국도가 통과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호남정맥 제1구간 산행을 마무리하며 슬치백산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는 내일도 계속될 산행을 위해 모텔에 들어가면서 첫날 일정을 마친다.
전주공원묘지의 세봉이 바라보이는…
모래 재 휴게소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세봉임도를 통해 조약 치로 올라와…
주화 산으로 오르는 길에 피어있는 철쭉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삼정맥분기봉인 이곳에서 신(神)께…
호남정맥을 하게 되었음을 고(告)하고…
광양의 외망포구를 향한 머나먼 길을 떠납니다.
호남의 산들은 그리 빼어나지는 않지만…
범상치 않은 호남정맥(湖南 正 脈)의 기운을 느끼며…
가는 길에…
옛 곰치재가 있었는데…
이곳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과 혈전을 벌렸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전적 비는 새 길인 웅치가 바라 보이는…
언덕위에 세워서 기념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노선버스가 다닐 정도로 교통이 빈번하였다던 곳은…
이제는 한적한 고갯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른 558.6봉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내려가는 길에는…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기만 하였고…
그 가운데 수수하게 피어있는 철쭉이 곱기만 합니다.
제2쉼터에 도착을 하고…
만덕 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석은 이곳에서 벗어나…
저곳에 있지만 누적된 피로에 몸은 그대로 쓰러지고 맙니다.
만덕산(萬德山)이라는 이름답게…
인간에게 큰 덕을 준다는 곳에서…
기암절벽을 따라서 내려와…
625미터 봉과…
571.2미터 봉을 지나며…
정맥 길이 황폐화된 모습을 여러 차래 보게 됩니다.
슬치재가 가까와 가면서…
머리위에서 이글거렸던 태양은 사라지고…
대신 뜻하지 않은 알바로 고생을 한 끝에 박이뫼산과…
이런 숲길을 통해…
슬치재로 내려오면서 산행을 마칩니다.
○.산행시작 : 2016.4.25. 07:57
○.산행종료 : 2016.4.25. 20:15
○.도상거리 : 약 23.5㎞
○.산행시간 :
○.교통
-갈 때-
까치울 역(23:07출)∼강남고속버스터미널(23:46착)
강남고속버스터미널(00:00출)∼전주고속터미널(02:05착)
전주중앙시장정류장(06:15출)∼모래 재(07:00착) 87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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