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제10구간(방축재∼과치재)

2016. 10. 16. 17:11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0구간

(湖 南 正 脈)

 

 

방축재과치재(2016.10.14.)

 

 

집안의 대사(大事)를 목전에 두고 또 산에 가느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전일 꾸려놓은 짐을 차로 옮겨 싣고 호남정맥 제10구간이 시작되는 순창군 금과면 방축마을로 떠난다. 방축마을에 대한 유래는 마을을 삽살개가 지켜주는 형상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는 쥐를 삽살개가 쫓으려 한다는 데서 삽살개 방() 쫓을 축() 쪼그리고 앉을 판, 쥐서()를 뜻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인근 호남뿐만이 아니라 온 나라에서는 쌀과 물자를 일본에게 착취당하였는데 이곳은 삽살개가 지켜주는 덕에 무사하였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간에 새벽에 부천을 출발하여 도착한 방축마을 금과어린이집 앞 아름드리 느티나무아래에다 애마를 주차시키고는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금과동산이 나온다. 지난번 구간에서 짙은 안개로 인하여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였던 기억이 새롭기만 한 가운데 방축고개위에서 호남정맥 제10구간 산행을 시작하며 새로 개설된 24번 국도를 건너 시목마을로 향하는 길은 낮지만 호남정맥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기에 마을의 진입로로 이용되고 있는 정맥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낮아진 정맥 길은 마을 진입로가 되었다가 광주대구고속도로가 지나가면서 잘려버리고 고속도로 주면에는 잡목이 엄청나게 많아서 통과가 어렵다는 선답자의 산행기로 인하여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시목마을로 내려와 가능한 고속도로로 바짝 붙으며 간다. 시멘트포장길을 따라서 가다가 정맥으로 접근해 보지만 빽빽한 잡목 숲을 뚫지 못하고 표지기가 무수하게 붙어 있는 고개 마루에 도착을 하여 고지산을 향해 오른다. 곳곳에 걸려있는 리본과 잘 정비된 등산로로 인하여 경사도가 상당하지만 산행을 하는데 있어서 문제는 없다.

 

해발 316.9의 고지산정상은 나무에 막혀 조망이 없고 내림 길은 오름길에 대한 보상을 해주려는 것인지 넓고 깨끗한 것이 쾌적하기만 하다. 산을 내려와 과거 88올림픽고속국도라고 하였던 광주대구간고속국도를 건너기 위해서는 수로를 이용하여야 하는데 수로에는 상당량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발이 젖을 새라 조심하면서 통과하고는 다시 오르는 정맥길에 대나무들이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어 애를 먹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가까스로 사람이 다닌 흔적을 찾아서 물웅덩이가 여러 곳 있는 데를 빠져나오면 이후부터 넓은 임도의 연속이다.

 

낮아진 정맥길 곳곳에는 묘지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로인해 후손들이 접근을 용이하게 하려다보니 종주자가 그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영산강을 따라 개설된 자전거도로길인 이목고개로 내려오고 계속되는 정맥은 경사도가 가파른데도 수레가 다닐 정도로 넓게 된 것은 정상에 있는 묘지 때문으로 그 덕을 톡톡히 본다. 임도에서 숲으로 들어가면 봉황산(鳳凰山)이다. 해발 235미터로 낮지만 봉황이라는 격을 얻게 된 것은 높은 곳에서 이곳을 보면 마치 이산을 중심으로 산들이 중첩되게 솟아 있어 풍수상 그러한 이름을 얻게 되었나 보다.

 

정상에 넓은 평지가 있는 봉황산에서 땀에 젖은 옷을 모두 벗어서 잠시나마 편한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행보를 계속하는데 지금까지 남진을 하며 흐르던 정맥은 이제 동쪽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대나무 군락지를 벗어나면 포장도로인 일목고개이다. 고개위에는 감나무 여러 그루 있는데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감이 달려 있고 잘 익은 홍시는 도로에 떨어져 바닥을 더럽히고 있다. 나무에 있는 연시(軟柿)중에 새가 쪼지 않은 놈을 골라 입안에 넣어보니 그 단맛도 그렇거니와 이런 첩첩한 산중에서 이런 맛을 볼 수 있는 이 가을이 좋기만 하다.

 

도로를 건너 서암산이 바라보이는 능선에서도 커다란 밤나무와 더불어 감나무가 있는데 여기에도 새들이 잘 익은 연시만을 골라 쪼아 놓아서 어수선한 것이 제때에 감을 수확하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이 있다. 송지농원 표지석을 지나 복숭아 밭 한 가운데를 통하여 서암산을 오른다. 서암산(瑞巖山)은 전라북도 순창군 금과면 방성리와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봉황리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 상서로운 정기가 서려있고 산세가 좋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명산으로 가파른 오름길을 통하여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이다.

 

조망이 사방으로 탁 트이다보니 최고의 전망을 보여 주고 있는데 지나온 정맥능선과 순창 땅의 그림 같은 경치에 감탄을 하고는 서암산을 우회하여 서흥고개로 내려오고 다시 오르는 길에 떨어진 주먹만 한 밤송이들이 알밤을 입에 문채로 지천에 널려 있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이것을 줍는다. 내친김에 점심식사까지 마치고 묵직해진 배낭을 메고 오르는데 설산갈림길까지의 뙤약볕 행보가 종주자를 지치게 한다. 설산(雪山,해발553m)이 명산이기는 하다만 산행에 지친 몸이 정맥에서 벗어난 그곳까지 다녀와야 할 이유가 없는 일이기에 그냥 괘일산을 향한다.

 

해를 받아 걸어놓았다고 해서 괘일산(掛日山)이라는 산명을 얻었는데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서면 곡성의 옥과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담양의 산과 들이 막힘없이 보이는 것은 명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다. 괘일산을 내려오며 이제 산행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고 앞으로 몇 개의 봉우리만 넘으면 오늘 산행의 종점인 과치재라는 생각에 힘을 내본다. 조망이 없는 무이산을 통과하고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종주자의 진을 빼게 하더니 마지막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겁을 먹게 하지만 다행히 측면의 사면으로 빠져서 내려오면 과치재다.

 

.과치(果峙)재에 도착을 함으로서 호남정맥 제10구간 산행을 모두 마쳤다. 이제 방축재에 주차한 차를 찾기 위해서 신촌리로 내려가 옥과 발() 담양행 버스를 타게 되었고 담양버스터미널에서 순창금과로 가는 버스로 환승하여 차량을 회수한다. 과치재로 돌아와서 지금은 폐기물 보관소가 되어버린 옛 고속도로 진입로에다 텐트를 치고는 산행에 지친 몸을 쉴 준비를 한다. 과치재 위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휘영청 밝기만 한데 호남고속도로가 내는 소음이 장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하고 보니 공연히 집 생각이 나는 것은 아마도 가을 탓이 아닌가 싶기만 하다.


방축마을 금과어린이집앞 느티나무 아래에다 애마를 주차하고는

마을을 가로질러

방축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합니다.

새로 생긴 24번국도 아래를 통하여

시목마을 진입로가 된 정맥은

컨테이너박스 뒷산에서 고속국도에 막히다보니

시목마을로 내려와 정맥으로 바짝 붙으며

고개 마루까지 시멘트길과 비포장으로 된 길을 따라 이동을 합니다.

그리고는 평탄하면서도 가파른 경사 길을 통하여

고지산에 오르고

급경사인 오름길에 비하여 여유 있는 내림 길로

묘지를 통해 고속도로로 내려가

물이 흐르고 있는 수로를 빠져나와

정맥 길에 붙으면서는 잡목으로 인하여

고생을 하여야 했습니다.

웅덩이가 있는 정상을 벗어나게 되면

넓은 임도길이 연속이었고

덕분에 편안하게

이목고개에 도착을 합니다.

가파른 경사도의 수레길을 따라서

봉황산에 오르고

대나무의 고장답게 울창한 대숲을 헤치다보니

일목고개로서

마을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밤나무가 있는 곳에서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조망하고

송지농원으로 들어가

오르는 길이 힘이 든

산불감시탑이 있는 봉에서

넉넉해 보이는 순창들녘을 내려다보고는

서암산을 우회하여 서흥고개로 내려와 식사를 합니다.

설산(雪山)갈림길을 통하여 쉼터에서

괘일산을 향한 계단길을 오릅니다.

명산답게 등산로에는 벤치가 있었고

첫 번째 암봉에 올라

지나온 길을 조망합니다.

괘일산을

오르고

정상에서

어느 쪽을 바라보아도

일망무제의 산하가 망망하기만 합니다.

무이산과

작은 봉우리 서너 곳을 오르내리면서

우사가 있는

과치재에서 호남정맥 제10구간 산행을 마칩니다.


.산행시작 : 2016. 10. 14. 08:00

.산행종료 : 2016. 10. 14. 15:47

.도상거리 : 20.3

.산행시간 : 7시간47

.교통

-방축마을까지 자차이용

과치재에서 방축마을까지 가는 방법

옥과담양 (버스시간표 07:10 09:20 10:50 12:40 14:40 16:40 18:30)

신촌담양 (30-1번 버스) 07:20, 14:40, 17:35

담양터미널금과 방축마을(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