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8. 09:35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11구간
(湖 南 正 脈)
과치재∼노가리재(2016.10.15.토)
어제 산행을 마치고 방축마을에서 차량을 회수한 후에 다시 과치재로 이동을 하여 인근에 계곡수가 있는가 하고 용주사 아래에 있는 연화지 까지 찾아본다. 다행히 고속도로 아래를 흐르는 물이 맑고 깨끗하여 이곳에서 산행의 흔적을 모두 씻어버리고는 과치재로 가서 내일 산행을 위하여 일찍 휴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침이 되고 보니 산행후유증으로 인해 일어나기 어려운데다가 모든 것이 귀찮다는 생각에 텐트 안에서 뒹굴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산행준비를 하는데 어제 너무 무리를 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 오늘은 더 긴 거리를 가야 하는 길이라서 걱정이 앞서기만 한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기에 빗물과도 같은 이슬을 헤쳐 가며 산행을 하는 것이 두려워 자꾸만 출발시간을 늦추다보니 어느새 8시가 가까워 져서야 아차 싶은 것이 배낭을 메고 산행에 나선다. 이렇게 늦게 출발하여 유둔재를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생각에 몸과 마음은 초조함으로 바뀌게 되었고 속도를 내서 어제 산행 후 목욕을 하였던 호남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하여 “로뎀자연수련원”까지 간 다음에 고속국도 변으로 진행하여 호남정맥 개념도가 있는 안내판에 도착하면서 제11구간 산행을 위해 연산을 오른다.
자욱하던 안개도 연산을 오르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가파른 오름에 힘겨워 쏟는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데 담양군과 곡성군을 경계로 하는 연산의 정상은 그렇게 쉽사리 종주자에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 지금 설악산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북쪽 지방에 있는 산들은 단풍의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전국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지만 이곳에는 가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지 초록 일색이다. 그러나 계절이라는 것이 피한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얼마 안 있으면 이곳에도 만산홍엽의 단풍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해발508미터의 연산을 오르면서 곡성군과는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담양군내로 들어서며 정맥은 방아재를 향해 가파르게 내려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가는데 오름길에 있는 잘 조성된 묘지에서 내려다보는 수곡마을의 전원풍경이 부럽기만 하다. 빽빽한 잡목을 헤치며 오르는 길에 산 아래 동네의 멍멍이들이 짖어대는 소리에 똑같이 화답을 하면서 만덕산이 바라보이는 전망바위에서 옷을 벗어 바위에 널고는 묘지 앞에 있는 산감나무에 열린 노랗게 익어가는 감을 따서 배낭에 넣고 내려오는 길에 임도가 있었다.
만덕산은 만인에게 덕(德)을 베푸는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오르는 길은 왜 이렇게도 가파르고 힘이든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힘겨운 걸음을 하는데 정상을 앞두고는 잡목과 가시덩굴나무가 사정을 두지 않고 덤벼든다. 어지러운 등산로로 인하여 잠시 방향을 잃고 헷갈리는 행보를 한 끝에 만덕산 갈림길이라는 이정목을 만나고 그곳으로부터 약50미터 거리의 정상에 올랐다. 묘지가 있는 정상에는 검은 석비가 있었고 수목을 쳐내서 조망이 트이기는 하였으나 그렇게 만족할 만한 것은 되지 못하기에 서둘러 갈림길로 다시 내려온다.
찌는 것 같은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상의를 완전 벗은 채로 만덕산을 왕복하였지만 더위는 쉬이 가라앉으려 하지 않기에 계속적으로 물만 마시게 되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연속으로 하는 장거리 산행에서 이러한 행위가 장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멈추려 하지 않는다. 더위에 지친 몸이 끊임없이 물을 요구하여 나중에 삼수갑산(三水甲山)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은 갈증으로부터 벗어나 보려고 지나치게 물을 마심으로서 이후의 산행이 엉망으로 되어버렸다.
만덕산을 내려와 물통구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창평 들판은 뿌연 연무 속에서도 누렇게 곡식이 익어가고 있었으며 신선바위를 지나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임도에서부터는 몸이 지치고 다리가 무거워지다보니 더 이상의 행보가 어려워 임도 길을 따라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산행에 지친 몸이 밥알을 목에 넘기는 것도 거부하여 먹는 것을 포기하고 진행하여 두 번째로 만나게 되는 임도에서도 정맥 길이 아닌 임도를 택한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나는 수양산으로 가는 접속구간에서도 임도를 따라 선돌고개로 내려옴으로 인하여 정맥산행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입석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선돌고개에서 산행을 접을까도 생각이 되었지만 그렇게 하기 에는 이후 정맥으로의 접근에 무리가 있음을 알고 고개위에 있는 신(新)농가형태의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산으로 오른다. 몸은 지쳤고 태양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다가 적신호가 켜진 상태로 해발569미터의 국수봉 오르는 길엔 잡목이 들어차 있었고 커다란 나무들이 넘어진 채로 엉망이기에 이를 뚫고 나가는 것이 전쟁과도 다름이 없다. 우거진 숲속에 서식하는 벌레에 물리고 복병처럼 숨어있는 끝이 뾰족한 나무에 찔리면서 오르고 보니 임도를 만나게 된다.
이제 더 이상의 행보는 이 첩첩산중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염소농장으로 가는 임도를 따라 국수봉을 우회하게 되었고 산불감시초소를 만나게 됨으로서 숲을 빠져나오게 된다. 가을의 전령사와도 같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는 전망 좋은 곳에서 바라보는 창평의 들판에는 노랗게 곡식이 익어 있는 것이 이미 가을은 와 있었다. 과거 하나의 독립된 군(郡)이었다는 창평은 지금 담양군에 편입되어 면단위로 격하가 되어 있지만 영산강을 따라서 끝없이 펼쳐진 넓은 곡창지대를 대하고 보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는 것만 같다.
활공장으로 내려오며 나름 정맥산행을 하고 있다는 그동안의 자부심은 내 몸 하나 편하자고 임도를 따르고 또 중요 지점인 국수봉을 우회하였다는 사실로 인해 부끄럽지만 이미 산행을 계속하여야 할 동력이 꺼진 체력으로는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기에 거리를 정정한다. 유둔재 행을 포기하고 전망바위를 거쳐 활공장에서 다시 노가리재로 내려와 호남정맥 제11구간 산행을 마치며 이번 여정에서 후회와 허무감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공연히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와 서산으로 지는 해 까지도 처연해 보인다.
과치재에서 비박을 하고는
호남고속도로 굴다리를 통해
“로뎀자연수련원”까지 올라와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시작한 산행은
아주 힘이 들기만 하였고
반사경이 잇는 묘지를 지나
연산에 올랐습니다.
단풍이 지려면
아직 멀기만 한데
가파른 내림길을 통해
방아재로 내려와
감나무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고
임도로 내려옵니다.
거칠고 경사도가 급한
만덕산으로 오름길에
많이 지쳐버렸습니다.
만덕산 정상에서
하늘과 하나가 되고
물통구리전망대로 내려와
창평 들녘을 조망합니다.
입석리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첫번째 임도를 만나며
너무 힘이 들다보니 무조건 임도를 따릅니다.
두번째 접속구간에서도
지친 몸이 정맥길을 거부합니다.
수양산 오르는 세 번째 갈림길도 그냥 통과를 하여
내려오면
범죄 없는 마을표시석이 있는
선돌고개 입석마을입니다.
정맥길인 마을 한가운데를 통하여 들어선 숲속에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으며
잡목과 벌레들을 피해 임도로 올라서게 되었고
국수봉을 우회하여
임도를 따라가는 길이 그리 편치가 않습니다.
가을바람에 억새풀이 흔들거리고 있는
산불감시봉에서
염소목장 철망을 따라
활공장을 통해
노가리재에 도착하고는
산행을 종료합니다.
○.산행시작 : 2016. 10. 15. 07:30
○.산행종료 : 2016. 10. 15. 16:23
○.도상거리 : 약19.47㎞
○.산행시간 : 약8시간53분
○.교통
노가리재∼창평터미널 (택시)
창평터미널∼담양터미널(수시)
담양터미널∼신촌(과치재) 30-1번 버스 07:00, 14:15, 17:15
담양터미널∼옥과 터미널 간 버스시간표
담양출발 08:00 10:00 11:30 13:20 15:20 17: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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