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제20구간(봇재∼무남이재)

2017. 4. 13. 15:52호남정맥

호남정맥 제20구간

(湖南正脈)

 

 

봇재무남이재(2017.4.10.)


 

이번 산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가 봇재에서 석거리재까지 가기로 마음먹고는 휴가를 내었다. 쉽게 갈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에 무남이 고개에서 한번 끊어준 다음에 계속 진행하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꼭 필수적인 것만 챙겼음에도 배낭의 무게는 16을 넘는다. 이정도 무게쯤이야 뭐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지만 그러나 장거리 산행을 하는 입장에서 정맥의 빨래판 같은 능선을 수 없이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배낭의 무게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것이 종주의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기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등포역에서 출발하는 여수행 무궁화호를 타고 순천에 내렸으나 새벽 시간이라 특별히 할 일도 없다보니 역내에서 티브이를 시청하는데 오늘 저녁부터 산행지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지만 제발 그러한 것이 빗나가기를 바랄뿐이다. 순천역 앞 창평순대국밥집에서 식사를 하고는 보성으로 가는 첫차를 타고 보니 커다란 객실에는 종주자하고 달랑 여성 한명 뿐이다. 경전선 열차가 원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것이 정상인지가 더 이상하기만 하다.

 

보성역에 도착을 하여 대한다원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봇재에서 내린다. 봇재 위로는 절정기 지난 벚꽃이 서서히 지고 있었는데 넓은 고갯마루엔 휴게소를 비롯하여 각종편의시설이 있어 무거운 등짐을 진 종주자 같은 사람이 쉬어가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봇재 휴게소 뒤로 시멘트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숲속으로 들어가며 호남정맥 산행을 시작한다. 능선에 부는 바람은 산행을 하기에 적당하였고 기복이 심하지 않은 정맥 길은 문제가 없었지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배낭무게만이 갈수록 중압감을 더하고 있다.

 

봉화산에 올라 보성시내와 득량만 일대를 조망하고 내려오는 길 위로 벚꽃들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일장춘몽과 같은 우리네 삶을 생각하기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살아있기에 언젠가는 지고야 말 운명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한동안 보성시내를 내려다보며 배각산과 반섬산을 지나게 되었고 77번국도위로 있는 동물이동통로를 거쳐 대룡산으로 가는 길이 가파르기만 하다. 대룡산 갈림길에서 내려온 오도재는 만개한 벚꽃이 장관인데 반하여 된비알의 국사봉 오르는 길은 너무 힘이 들기만 하다.

 

파청치로 내려왔다가 방장산의 급 오름길은 시멘트로 된 길과 비포장도로가 수시로 바뀌고 있었으며 경사가 상당한 곳을 향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자니 어서 이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고 싶기만 한데 이것 역시도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라 생각할 뿐이다. KBS중계소가 있는 방장산 정상의 넓은 평상에 잠시 쉬었다가 내려와 배거리재를 거쳐 활공장이 있는 주월산을 오른다. 사방으로 툭 터져있어 시원하기만 한 전망대에서 파란일색의 조성면의 들녘과 그 너머로 보이는 득량만을 바라보는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진달래꽃길을 따라 가파른 주월산에서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있는 부남이 고개로 내려오면서 첫날 산행을 마쳤다. 저녁부터 쏟아질 것이라는 강우를 대비하여 고개 아래에 있는 윤제림 조성지로 들어가 인적 없는 외진 곳의 정자에 올라 여장을 푼다. 차가운 계곡물에 산행으로 절어버린 몸을 깨끗하게 씻고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텐트를 펴서 잠자리 준비를 한다. 바람소리만이 들리는 호젓한 산중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데 문득 세상의 모든 것이 한 조각 꿈이라고 하신 분의 말씀이 절절하기만 하다.


무거운 배낭을 꾸려


영등포역을 거쳐 순천역에 도착한 다음에


보성으로 가는 열차에 오릅니다.


보성 역에서 시내버스로


봇재 정류장에 내리고


오르는 길에는 벚꽃이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녹차 밭을 따라


제일다원에서 부터


녹차 밭과


진달래꽃길의 연속인


행복한 여정은


이정목과


송신탑을 오르면


봉화산 입니다.


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길을 따라


배각 산에 오르고


그럭재로 내려옵니다.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그동안 함께 한 보성시내가 아득한데


꽃길은 계속됩니다.


대룡산 갈림길을 지나


진달래꽃이 안내하는 대로


도착한 곳엔 벚꽃이 만개한


오도재입니다.


국사봉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꽃길을 따라가는


행복한 여정은


득량만 바다와 함께입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 위에


방장산이 있었고


홍수와 관련이 있다는 배거리재를 지나


활공장이 있는


주월산 정상에 오릅니다.


전망대의 뱃머리에서


조성면의 넓은 들판이 주는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주월산 내림길에


광대코봉이 보이고


그리고는 무남이재입니다.


윤제림 안의 정자에서


첫날 일정을 마칩니다.


.산행시작 : 2017.4.10. 07:15

.산행종료 : 2017.4.10. 17:05

.산행거리 : 26

.산행시간 : 9시간 50

.교통

-갈 때-

영등포역(22:55)순천역(03:26)

순천역(05:55)보성역(06:51)

보성역(07:01)봇재(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