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3. 21:37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24구간
(湖南正脈)
송치∼성불사갈림길(2017.5.20.토)
여름의 기운이 든다는 소만(小滿)이 내일이라서인지 기온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는데 작년 이맘때쯤에 시작한 호남정맥을 향한 행보도 이제 3구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내가 좋아서 기를 쓰고 매달렸던 지난 일들이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원래 오늘은 지인과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기로 하고 휴가를 내었으나 사정이 생겨 무산되면서 호남정맥산행을 잇기 위해 송치재에서부터 토끼재까지 산행을 계획한다. 그런데 그 거리가 만만치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식수보충 때문에서라도 성불사갈림길인 새재에서 끊지 않을 수가 없다.
영등포역을 출발하여 순천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엔 주말을 맞아 지리산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는 것을 본다. 지인과의 지리산종주 일정이 예정대로 되었다면 저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순천으로 내려와 역 앞의 정류장에서 31번 버스를 탄다. 송치재 터널 앞에서 내려 이제는 옛 도로가 되어버린 17번 도로를 따라 우회를 하기보다 곧장 터널로 올라가 잡목을 헤치다보니 오디가 익어가고 있는 뽕나무밭이 나오고 빈 건물만이 덩그런하게 있는 송치재 정상이다.
시멘트포장길을 따라서 병풍산갈림길이라는 이정목에서 방향을 틀어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넓은 임도 덕분에 병풍산 갈림길봉까지는 쉽게 오른다. 그러나 이틀간을 산속에서 보낼 식수와 식량, 그리고 비박장비가 들어있는 배낭의 무게와 더불어 더위 때문에 몸은 쉽게 지쳐만 간다. 농암산에 오르고 난 이후에 평이해진 정맥 길이지만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더위는 여름날씨를 방불케 하는데 그나마 장지골재를 지나 죽청치라고 부르는 곳에서부터는 산 밑에 순천시청소년수련원이 있어서인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아무리 등산로 정비가 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잦은 오르내림과 무더위 그리고 배낭의 무게로 인하여 느끼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기만 하다. 이 무더운 뙤약볕 아래에서 이처럼 스스로에의 학대가 용서되는 것인지 모를 정도이기에 이 극한 상황을 벗어날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한편으로는 깎아지듯이 이어지고 있는 단애가 주는 조망도 있기에 이를 즐기기도 하며 갓거리봉을 오르고 이어서 운동시설이 있는 미사재로 내려온다. 깃대봉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오름길이지만 순천시 서면에서 계족산과 연계한 등산로 덕분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오를 수가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깃대봉에서 내려왔다가 월출봉 오르는 길에 임도를 만나게 되면 이를 따라가도 되건만 힘겹게 월출봉을 오르고 이어서 형제봉을 향한 마지막 남은 기운을 모아본다. 육신은 이미 지쳐 줄어들지 않는 거리를 원망해 가며 형제봉에 올라 툭 터진 조망과 절경 앞에 할 말을 잃고 그냥 주저앉아 버린다. 앞으로 가야 할 도솔봉과 백운산이 연달아 포진한 호남정맥의 산세 앞에서 더 이상의 산행이 무리하는 것을 알기에 성불사 갈림길인 새재에서 산행을 마치면서 성불사로 향하는 끔찍할 정도의 가파른 길을 통과하고 난 다음에 산문을 나서 계곡에다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끝낸다.
순천으로 내려와
순천역 앞에서 식사를 한 다음에
31번 시내버스로 송치터널에서 곧장 터널위로 올라가
잡목을 통해 뽕나무밭으로 나오면
송치재입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가다가
병풍산갈림길 이정목을 통해
숲속으로 들어가
병풍과도 같은 산세를 접합니다.
병풍산갈림길 봉에서
지친 몸을 쉬어보고
농암산에 오른 다음에
완만해진 길을 따라
장자굴재와
이어서
순천청소년수련원이 있는 죽청치에 도착을 합니다.
갈미봉에 올라 지친 몸을 쉬어준 다음에
마당재로 내려오면
이후부터는 암릉구간이 주는
조망에 취해
잠시 산행의 고통을 잊어봅니다.
갓꼬리봉에 오르고
몇 번 오르내림을 한 다음에
신선바위에서 잠시 시름을 잊으려 하지만
가야할 깃대봉이 부담으로 다가 옵니다.
급한 내림 길을 통해
운동시설이 있는 미사재로 내려오고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지나온 주능선이 마치 꿈길 같기만 합니다.
3개면 봉을 거쳐
깃대봉 정상에 오르고
임도가 나오면 어느 곳으로 가든지 무방합니다.
형제봉까지 길고도 지루한 산행도
이 계단을 오르게 됨으로서
형제봉 정상입니다.
멀리 광양앞바다가 보이고
가야 할 도솔봉이 웅장합니다.
힘겹게 지나온 곳은
그저 유구무언일 뿐입니다.
새재로 내려와 산행을 마치고
가파른 성불사 내림길을 통해
계곡으로 내려와서야 산행에 지친 육신을 쉴 수가 있었습니다.
○.산행시작 : 2017.5.20.07:06
○.산행종료 : 2017.5.20.17:15
○.산행거리 : 약22㎞
○.산행시간 : 약10:09
○.교통
-갈 때-
까치울역(22:08출)∼영등포역(22:37착)/지하철
영등포역(22:53츨)∼순천역(03:25착)
순천역(05:55출)∼송치(06:30착) /31번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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