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4. 19:54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25구간
(湖南正脈)
성불사갈림길∼어치마을(2017.5.21.일)
새벽녘 요란한 계곡의 물소리에 눈을 떳으나 아직 일어나기는 이른 시간이라 좀 더 잠을 청한 것이 늦잠을 자게 되었고 놀라서 부랴부랴 일어나서는 산행준비를 한다. 어제 산행을 한 후에 식사를 하면서 마셨던 반주가 조금은 지나쳤는지 숙취로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하룻밤 신세를 진 계곡에서 올라와 산문(山門)으로 들어서고 성불사 경내를 거쳐 새재로 오르는데 내려왔던 길인데도 그 급한 오름길의 경사도에 지쳐버린다. 그리고 너무 힘이 들다보니 살짝 엉뚱한 방향으로 엇나가게 되었고 새재가 아닌 등주리봉으로 오르게 되면서 오늘 행보도 간단치가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
바람에 가볍게 일렁이고 있는 호남정맥 주능선의 수목들 사이에는 아직도 지지 않고 있는 철쭉이 드문드문 보이더니 도솔봉 정상에 한창인줄 알고 피어있는 철쭉들을 본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인연이 있어 세상에 나왔으면 가야 할 때와 남을 때를 가려야 하는데 이처럼 늦게까지 피어있는 철쭉의 철없음이 애처롭기만 하다.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지리산 주능선이 하늘위에 세운 장벽처럼 펼쳐진 것을 보며 새삼 그 위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고 가야 할 또아리봉과 그 너머로 백운산이 우뚝하지만 발아래로 성불사계곡은 어제의 인연 때문인지 그저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기만 하다.
도솔봉에서 논실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로 내려와 다시 오르면 따리봉인데 어느쪽을 보아도 조망이 너무 좋기만 한 것은 이곳 일대의 산이 거의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봉들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남기며 따리봉을 뒤로하고 가파른 내림길을 통해 한재로 내려왔다가 한동안은 백운산을 향해 오르기만 한다. 섬진강을 건너 지리산 영봉들이 줄지어있는 것을 바라보며 정상이 협소한 백운산 상봉에 오르고 보니 세상이란 높이만큼 바라보인다고 하였으나 해발 1,218미터의 정상에 섰으면서도 왜 이리도 스스로가 작고 초라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매봉을 향해 길게 내려오면서 오늘 산행의 최종목적지인 토끼재 까지 도저히 갈수가 없기에 중간에 탈출을 시도해 보지만 그것마저 만만치가 않다. 천왕재에서 어치마을 외회로 빠지는 것을 놓치고 할 수 없이 갈미봉을 오른다. 가파른 산 정상은 전망이 매우 좋은 곳으로 섬진강을 내려다볼수 있는 정자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이기만 하다. 갈미봉을 지나 이틀간의 산행으로 지쳐버린 몸이 더 이상의 행보를 거부하기에 흔적만이 어렴풋한 곳으로 내려와 어치마을에서 호남정맥 제 25회차 산행을 모두 마친다.
성불사 계곡에서 야영을 하고
산문(山門)으로 들어가
성불사 경내를 통해
새재로 오르는 길은
가파름으로
많은 땀을 쏟았더니
이후의 행보가 힘이 들기만 합니다.
등주리 봉에서부터
주능선에 피어있는 철쭉이
산행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합니다.
지리산 천왕봉과
백두대간 주능선을 바라보며
조망이 좋은
도솔봉에 오릅니다.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호남정맥에서의 여정이
끝까지 좋은 추억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쾌한 지리주능선을 보며
가파르게 내려왔다가
다시 오르면
따리봉이 있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자연에 비해
작고 초라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재로 내려와
다시 오르다 보면
백운산 직전에
전사자 유해발굴현장이 나오고
그러면 바로 백운산입니다.
이로서 정맥이
호남 땅을 휘휘 돌아
안착한 백운산 정상입니다.
그 기운을 따라
매봉을 거쳐
토끼재로 향하는 중에
지친 육신이 탈출시기를 놓치고
급격하게 솟은
갈미봉을 오릅니다.
섬진강을 굽어보며
길이 아닌 곳으로 탈출하여
어치리로 내려옵니다.
이로서 무더위와 배낭무게로 인한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었고
마을 슈퍼에서 소맥으로 잠시 갈증을 풀어보지만 산행의 후유증은 오래 가기만 합니다.
○.산행시작 : 2017.5.21.
○.산행종료 : 2017.5.21.
○.산행거리 : 약18㎞
○.산행시간 : 약8:46
○.교통
-올 때-
어치2반∼광양터미널
광양터미널∼순천터미널
순천터미널∼강남센트럴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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