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 18:37ㆍ호남정맥
호남정맥 제22구간
(湖南正脈)
석거리재∼접치(2017.4.30.일)
계절은 이제 봄을 지나 초여름같이 완연해진 날씨이지만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여 이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함에도 뭐 별일이 있겠느냐는 생각에 출발하다보니 어느 정도 기온이 오를 때까지는 추위로 고생을 해야 하였다. 영등포역에서 여수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타고 가다가 순천 역에 내려 “창평순대국밥집”에 들어가 이른 아침식사를 한다. 이곳 순천 역 주변에는 박근혜 전(前)대통령의 탄핵으로 시작하게 된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보며 순천 역으로 다시 와서 광주로 가는 경전선 열차를 이용하여 벌교에 도착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가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이미 굳어져버린 판세가 쉽게 뒤바뀔 가능성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 이번 선거에서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택시기사는 인근의 순천이나 보성에 비해 침체정도가 심한 벌교의 경기가 안타까운 모양이다. 석거리재로 올라와 정상의 휴게소를 홀로 지키고 있던 멍멍이가 짖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가파른 오름길엔 물감을 점점이 뿌려놓은 것 같은 철쭉이 백이산을 향해 갈수록 그냥 확 들여 부은 것 같은 연분홍일색으로 물들어져 있다.
진달래과의 낙엽관목으로 개화를 시작하고 있는 철쭉은 이곳 백이산 전체를 온통 붉게 물들여 놓았기에 그 향연에 취하다보니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천상의 화원에서 빈계재로 내려오는 길에 내려다본 벌교의 고읍들녘은 짙은 연무로 인해 조망이 없다. 이제 벌교를 지나 순천시로 접어들면서 기운차게 솟아오른 태양은 빈계재에 도착하면서부터는 주체키 힘든 열기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뜨거운 공기로 숨이 막힐 것 같은 숲길을 헤치는데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나 정맥 길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쉬어가며 한잔을 하고 가라는 것을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완만해진 길을 따라서 511봉에 오르게 되었고 이후 벌목으로 인하여 그늘이 없는 뙤약볕 정맥 길은 종주자에게 인내를 요구한다. 아득하게 보이던 고동산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통신시설이 있는 봉우리의 산허리로 나있는 임도를 따라서 고동치로 내려온다. 고갯마루에서 간식을 하며 지친 몸을 쉬고는 다시 계단과 가파른 길을 오르면 이제야 개화가 시작되고 있는 고동산의 철쭉이 종주자를 반긴다. 늦게 피어나다 보니 아직 채 피지 않고 있은 꽃망울과 활짝 핀 꽃들이 섞여 환상적이기만 하다.
무슨 복이 있기에 이렇듯 산행 내내 꽃들의 향연을 받게 되는 것인지 그저 이번 행보가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해발 710미터의 고동산 정상을 내려오면 장안치 인데 이로서 고동산 구간을 마치고 조계산 도립공원지역인 불국(佛國)의 땅으로 들어간다. 거의 평탄하기만 한 종주 길을 따라서 가는 조계산 구간은 신라 말 혜린선사가 창건하였다는 우리나라 전통 승맥(僧脈)을 계승한 송광사가 호남정맥의 서쪽에 있었고 동쪽에는 백제 성왕 때 창건하였다는 선과 교가 융합된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가 있다.
한동안 순하기만 하던 길은 작은 굴목재를 지나면서 가파른 오름길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거친 등산로를 따라 배바위를 지나면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이다.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잡목으로 인하여 송광사도 선암사도 볼 수가 없다. 일요일이기에 올라온 많은 등산객들을 피해 사진 몇 장을 찍고는 곧장 하산 길로 접어든다. 이정도 산의 높이면 험함이 기본일 터인데도 이곳 조계산은 거칠음보다는 유순한 산세로서 내림 길도 그다지 힘겹지가 않아 속도를 붙일 수가 있었고 호남고속도로와 22번 국도가 지나가고 있는 접치(接峙)에 도착을 하면서 호남정맥 22구간 산행을 마친다.
고개에 도착하자마자 행정리 방향에서 오는 111번 시내버스를 간발의 차이로 놓쳐버리고는 다음 시내버스를 기다리면서 남은 물로 산행의 흔적을 씻어낸다.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고 접치3거리로 이동을 하여 약40여분을 기다리니 송광사로 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올 수가 있었다. 오는 도중에 서울 행 열차를 검색하여본바 이미 모든 열차좌석이 매진이 되었고 버스편도 유일하게 16:50차만이 13석 남은 것이 확인되어 부랴부랴 모바일예약을 하고는 순천버스터미널 앞 식당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인 다음에 귀경 길에 오른다.
영등포역에서 전라도 순천 역으로
그리고 벌교 역에서 올라간
석거리재에는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정맥 길의 신록이 들뜨게 하고
간헐적이던 철쭉은
백이산으로 갈수록
연분홍색으로 물들이며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백이산 오름길에 활짝 핀 철쭉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되고
백이산 정상이나
벌교 쪽 능선에
현란하게 피어있는
철쭉의 향연은
환상적이기만 합니다.
꽃과 함께한
황홀함은
계속되는데
운무로 고읍들녘이 흐릿하기만 하다.
빈계치로 내려와
편백나무 숲을 지나
고봉산으로 가는 길에도 꽃길은 계속되었고
벌목지 한가운데를 통해
511봉에 올라
고봉산이 가까이에 있음을 느끼며
고봉치로 내려옵니다
이제 개화가 시작되고 있는
고봉산 오름길도
철쭉의 향연은 계속되고 있는데
지금껏 산행을 하면서
이번 구간같이 황홀한
꽃길산행은 처음이기에
이런 행운이
다시 또
있을까 싶기만 하다.
조계산으로 가는
장안치에서 부터 시작한
불국(佛國)능선엔 작은굴목재가 있었고
거칠어진 등로의 배바위를 지나
장군봉 정상에서
불국의 기운을 느껴봅니다.
불심 가득한 조계산을 내려오면
접치재이고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모두 마친다.
○.산행시작 : 2017.4.30. 06:45
○.산행종료 : 2017.4.30. 14:45
○.산행거리 : 약20.0㎞
○.산행시간 : 약8시간
○.교통
-갈 때-
영등포역(22:55츨)∼순천역(03:26착)
순천역(05:55출)∼벌교역(06:15착)
벌교역(06:20출)∼석거리재(06:30착)
-올 때-
접치(15:30출)∼순천터미널(15:55착)
순천터미널(16:50출)∼강남센트럴터미널(21:06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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