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7. 17:57ㆍ한강기맥
백두대간/한강기맥 제12구간
(漢江岐脈)
농다치고개∼두물머리(2020.2.16.일)
오늘은 한강기맥 마지막 구간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함께 하였던 정맥길 산악회와 이별하는 날이기도 하다. 기맥을 하면서 종착지인 두물머리까지 오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던 산악회였기에 이제와 헤어지려하니 섭섭한 마음이야 말할 수 없지만 각자의 갈 길이 다른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농다치고개 주차장에 내리면서 곧바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어제부터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싸락눈은 계속적으로 내리고 있다. 출발 전 기상청의 예보에 의하면 오늘 눈이나 비가 올 것이라 하였는데 농다치 고개를 덮고 있는 눈을 보니 실감이 난다.
농다치고개를 출발해
입산을 하며 내려다본 농다치고개
눈이 내리며 적설량은 많아지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눈은 오늘이 한강기맥 마지막이란 것을 알고 축복이나 해 주는 듯하다. 한강기맥 두물머리로 향하며 그동안 수고에 대한 인사를 하려는 것인 양 쉼 없이 내린다. 눈길에 미끄러지며 옥산을 오르고 나서 청계산으로 향하는 길엔 안개가 자욱하기만 하다.
옥산
눈과 바람은
안개와 함께한다.
인생을 가리켜 육십이라 하였던가? 그러나 그 말이 통하지 않은지 이미 오래고 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요 기운이 있기에 움직일 뿐이다. 또 과거와 같이 인연을 중시하던 시대도 아니니 그 인연이란 무엇이더냐! 그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울 때 상부상조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고 이런 문화 자체가 엷어진 지금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 사이버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인연이란 단지 이해관계에 따라 만나고 헤어질 뿐이다. 수 만년이 지나도 자연은 그대로인건만 어찌 우리네 삶만 이토록 팍팍해져 가는 것이더냐!
눈 세상으로 변한 옥산을 지나고 이어서 말머리봉에 오른다. 눈을 뒤집어 쓴 이정목은 한화리조트를 가리키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오직 눈과 두터운 가스층뿐이다. 발밑만을 바라보고 걷는 한강기맥은 이쯤 되면 그 성하던 기운이 어느 정도 수그러져야 함에도 짱짱하기만 하다.
말머리봉
뜻하지 않은 눈으로 인해 자주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국수역 갈림길을 지나며 오르게 된 청계산은 호락호락하게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미끄러움 속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해발 658미터의 청계산 정상을 올라서도 눈과 바람으로부터 피할 마땅한 곳은 없다. 정상 아래의 가게는 문이 닫힌 채 눈을 수북하게 뒤집어 쓴 모습이다.
국수역 갈림길
처음으로 열린 조망
청계산 아랫부분
눈보라는 점점 심해지고
청계산 정상
눈과 함께인 청계산 매점
눈보라에 쫓기듯 가파른 청계산을 내려와 바람이 없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무풍이라서인지 내리는 눈은 그대로 내려앉아 환상적인 설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식사를 마치고 본대에 앞서 출발을 하게 되었는데 갈수록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고 있는 눈이 신기하기만 하다.
가파른 청계산 내림길
내림 길엔
환상적인
눈 세상이 펼쳐져 있다.
눈보라가 종주자를 괴롭히지만
대설이 만든
화려한 설경이
종주자의 발목을 잡는다.
눈길을 헤치고 내려오면 벗고개인데 동물이동통로를 통해 건넌다. 벌목된 가파른 곳을 오르며 내려다본 마을이 고즈넉하기만 하다. 골짜기의 평평한 곳의 마을을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자연과 사람의 삶이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벗고개
벌목이 된 한강기맥
벗고개 아래의 마을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기맥은 종주자를 지치게 하고 있는데 계속 쌓여만 가는 적설 속에 가파른 길을 내려온다. 그 눈보라를 맞으며 내려온 갑산묘원의 최진실 남매의 묘가 쓸쓸해 보인다. 세상에 천년만년 사는 삶도 있다더냐!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울기 마련인 것을…
오름길의 눈
설경
가파름과 미끄러운 눈 속에
389미터봉과 466봉 450봉을 오르며
몸은 점점
지쳐만 간다.
급경사 내리막길 아래의
갑산공원묘원
상단에는
연예인이었던 최진실 남매의 묘가 있다.
산중턱을 깎아서 조성한 묘지들이 연속인 한강기맥 길엔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금빛의 햇살아래 눈송이가 깨끗하고 투명하기만 하다. 이제 더 이상의 고봉은 없다. 그러나 물기를 잔뜩 머금은 채 종주자를 위협하고 있는 눈과의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가 않다.
청천의 하늘과
설경은
더욱 화려해지고
눈부시기만 하다.
공사 중인 소리개 고개로 내려와 거의 기복 없이 완만해진 기맥을 따라 가는 행보가 속도를 붙게 한다. 103.2미터 봉에 오르면서 한강기맥산행도 그 끝을 향해 간다. 기맥은 양서고등학교 우측 능선으로 진행을 하여야 하나 철길에 막히므로 양서고등학교 후문으로 내려와 양수역으로 향한다.
103.2미터봉
양서고등학교후문
양수역
양수역을 통과하고 도로를 따라 세미원체육공원삼거리까지 오면서 산악회 버스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지가 않는다. 기맥산행은 여기까지이다. 유료입장인 세미원안의 합수점 대신 양수리 섬으로 향한다. 하중도인 양수리로 가기위해서는 용담리와 연결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양수리로 들어가는 다리
용늪
용늪을 건너 양수리 강변산책길을 따라 내려오면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는 두물머리이다. 강의 길이가 길어 삶의 애환을 담고 흐르던 양쪽 강이 만나는 곳! 두물머리에서 종주자의 발걸음도 멈춘다. 아! 여기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되는 두물머리이더냐!
두물머리로 가는 벚꽃길
거대한 느티나무
억겁을 흘러와 두 개의 강물이 만나는 두물머리…
나루터
눈보라가 몰아치는 속에서
두물머리와
나루터가 쓸쓸해 보인다.
팔당호 둘레길
이제
명소가 되어버린
팔당호 두물머리
민족의 한을 품듯이 흘러온 북한강과 남한강물을 담고 있는 거대한 팔당호는 수도권 주민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의
생명수인 팔당호
신성하기만 한 이곳 두물머리에서 한강기맥 산행을 마치며 지난 가을부터 함께 걸어왔던 정맥길 산악회와도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終
○.산행시작 : 2020.2.16. 08:48
○.산행종료 : 2020.2.16. 16:51
○.산행거리 : 25㎞
○.산행시간 : 7시간26분
○.교통
갈 때
까치울역 06:04∼대림역 06:31∼사당역06:45∼10번출구∼07:00산악회버스
'한강기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한강기맥 제11구간(농다치고개∼용문산) (0) | 2020.02.03 |
---|---|
백두대간/한강기맥 제10구간(비솔고개∼용문산) (0) | 2020.01.20 |
백두대간/한강기맥 제9구간(신당고개∼비솔고개) (0) | 2020.01.06 |
백두대간/한강기맥 제8구간(상창고개∼신당고개) (0) | 2019.12.16 |
백두대간/한강기맥 제7구간(작은삼마치∼상창고개) (0) | 2019.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