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6. 23:05ㆍ한강기맥
백두대간/한강기맥 제8구간
(漢江岐脈)
상창고개∼신당고개(2019.12.15.일)
세상일이란 시작이 있으면 그 끝맺음은 정한 것이라서 올여름에 시작한 한강기맥 산행도 이제 그 종착지를 향해가고 있다. 지금껏 홍천군의 동쪽인 백두대간 두로봉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가며 산줄기 답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홍천지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홍천이라는 땅이 도대체 얼마나 큰 곳이더냐!
대한민국 기초단체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는 홍천이기에 기맥산행도 지루할 정도로 길게만 느껴진다. 크기란 힘에 비례하고 있는바 발전의 동력인 넓은 면적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은 홍천의 미래를 밝게 해 줄 것이고 이곳으로 접근성마저 좋아 사통팔방 막힘이 없다.
상창고개에서 한강기맥 제8구간 산행에 들어가며 이미 여러 번 오고간 고개라서인지 그간의 행보가 주마등같기만 하다. 이제 상창고개위에서 자야할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산행에 지쳐 막걸리 잔을 기울일 경우 또한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상창고개를 떠난다.
삶이란 바람에 밀려 세상의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리는 인생은 되지 말자는 마음으로 주능선을 우회하며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길이 되어버린 임도는 어디로 가고 그 끝은 무엇인가를 따질 것 없이 공연히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희망적이기만 하다.
임도를 따르다가 주능선을 통해 내려온 넓은 안부에서 두꺼운 옷을 벗어 몸을 가볍게 한다. 이틀전 일기예보에 강원도 지역이 대설이라고 하여 단단히 준비를 하였는데 눈은 고사하고 고온으로 인해 땀만 줄줄 흐르는 것이 아이젠과 스패츠가 필요 없게 되었다. 그러나 겨울산행에 있어 3대 필수 휴대품인 아이젠과 스패츠 그리고 스틱은 항시 소지하여야 할 장비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늘 배낭에 있어야 한다. 겨울 산이란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든지 빙결된 구간을 수시로 마주하게 되니 방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783미터 봉에 오른다.
산이 높은 만큼 전망 또한 좋아 783미터 봉의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가야할 금물산과 성지지맥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오늘 산행의 백미가 될 갈기산이다.
783미터 봉을 내려와 적당히 오르내리는 주능선을 통해 금물산에 오른다. 성지지맥이 갈리고 홍천군과 횡성군 그리고 양평군으로 나누어지는 곳이라서인지 정상에 서고 보니 기운이 남다르다는 느낌이다.
금물산 바로 아래에 있는 성지지맥 갈림길 봉에 오르고 가파른 내림길을 지나 선두조가 잡아놓은 양지바른 곳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늘 하던 대로 산악회 본대에 앞서 출발을 하며 시루봉으로 내려와
시동리의 탁 트인 들녘을 보니 상창고개에서부터 걸어와 지쳐 있는 종주자의 기분을 올려주기에 충분하다.
홍천강의 지류가 되는 양덕원천이 만들어낸 드넓은 분지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왔을 것이고 추수를 끝낸 넓은 들판엔 횅한 공허만이 있어 보인다.
시루봉을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주능선 길엔 어떤 이정목도 없고 오직 갈기산만이 길안내를 한다.
시루봉을 내려와 임도를 만나면서 이를 따라 진행을 하게 된다.
임도 행보 끝에 군부대에서 세워놓은 이런 안내판이 나오면
소나무군락지이기도 한 그 속으로 들어가서 발귀현으로 내려온다.
홍천의 신대리와 양평의 신론리를 이어주는 발귀현은 오래된 고목나무가 고개를 지켜보고 있다.
발귀현에서 갈기산을 향해 오름 짓을 시작하며
진한 땀을 쏟으면서 439미터 봉에 오르고 이어서 임도를 따라간다. 가파른 578봉과 금빛 석양을 받은 갈대가 있는 철탑 봉!
그리고 새터마을 갈림길 봉을 지나면
암벽지대에 절벽바위와 부부바위가 있다.
암벽위로 올라서면 지나온 한강기맥이 펼쳐져 있어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산과 산을 이어주는 한강기맥과 그 아래로 넓은 시천 들녘…그리고 하늘에 떠있는 몽환적인 구름떼…
기맥종주가 힘들더라도 이런 풍광은 산행을 하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 아닌가 싶다.
갈기산 정상에 있는 등산 안내도
정상석
갈기산에서의 조망
또 다른 정상석
등산객의 희망이 모여 쌓아진 돌무더기
갈기산 정상을 뒤로하고 용화사 방향으로 내려가며 이정목의 지시를 따른다.
석양을 가린 뿌연 미세먼지 속에서도
내림길에서의 조망은 그림이 따로 없다.
산이 높고 험해서인지 자칫 잘못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가 있기에 발밑을 조심하며 간다.
신당고개를 향해 이어진 주능선을 내려오는데
주능선과 나란히 가고 있는 임도를 본다.
용화사 갈림길에서 임도와 만나게 되어 신당고개 직전까지 이 임도를 따라 진행을 한다.
신당고개가 보이고
그 위로 44번 국도가 지나가고 있는데 이곳에 터널이나 동물이동통로를 설치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윽고 내려선 신당고개는 강원도와 경기도를 경계로 하고 있으나 지금 같은 겨울이면 북풍이…따스한 봄에는 남풍이 양쪽지역을 왔다 갔다 하는 바람 골이기도 하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신당고개 위 홍천휴게소는 영업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어 넓은 주차장과 건물은 이미 폐허로 변해 있었다. 한강기맥 제8구간 산행을 신당고개에서 마치며 지난 한해를 돌아다보니 올 들어 직장을 그만두었음에도 마치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 같다. 한겨울 추위와 같은 세상현실이 무서운 것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와 세계가 있기 때문인데 그것을 한탄한들 무엇 하겠는가? 시시각각 변해가는 현실에서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지나고 보면 모두가 꿈인 것을…
○.산행시작 : 2019.12.15. 09:00
○.산행종료 : 2019.12.15. 17:00
○.산행거리 : 20㎞
○.산행시간 : 8시간0분
○.교통
정맥길산악회 대절버스
(까치울역 06:04∼대림역 06:31∼사당역06:45∼10번출구∼07:00사당역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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