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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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초리이야기(12)2022.4.9.토.
우리 집 멍돌이는 자기가 산책 나갈 때를 잘 알고 있어서 그 시간만 되면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멍돌이에 대한 운동시간이 일정하다보니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지가 더 잘 안다. 만약에 할 일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세상 더 할 데 없이 날뛰는 우리 집 상전이다. 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다하나 시간이 지나면 봄은 오는 것이다. 한동안 꽃샘추위도 있었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더 따뜻해진 것을 본다. 대문 밖을 나서면 훈훈해진 공기가 봄인 것을 알 수 있고 정식 전에 로터리 쳐놓은 넓은 밭은 봄맞이 준비를 마쳤다. 한적한 도로가에는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이 길게 이어지며 피어 있다. 도로가 아래를 흐르는 중초천물에서 자생중인 미나리의 파릇파릇한 색깔이 유난스럽기만 하다. 봄은 먼데서 오는 ..
2022.04.10 -
중초리 이야기(11) 2022.3.1.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이야 당연하다지만 그동안 너무 추웠던 탓에 따뜻한 봄이 더욱 그리워진다.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던 중초천이 녹으며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이제 추위가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의 냉이를 캐는 사람들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속리산에서 시작된 하나의 산줄기가 북으로 향하며 달천을 만들고 남쪽으론 보청천을 내어 금강과 합류시킨다. 이른바 한남금북정맥이라고 부르는 정맥은 서북진을 하며 작은 산줄기 하나를 더 만든다. 보청천 남쪽 담장구실을 하며 보은읍으로 들어오던 산줄기가 중초들에다 골짜기를 낸다. 이 골짜기의 가운데로 중초천이 흐르는데 위로부터 상초와 중초 그리고 하초라 하여 예로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던 터전이다. 이곳 일대가 한때 내북면 면소재지가 ..
2022.03.01 -
중초리 이야기(10) 2021.12.19.일
눈! 눈! 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보은지방에 내린 눈은 올 들어 첫눈이자 계절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눈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내린 눈이 집 안팎을 덮고 있다. 내린 눈이 기쁘지 않을 리 없지만 이렇게 흰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올 한해가 갔다는 것이 그렇기만 하다. 앞뜰에도 지붕에도 나무에도 뒷산에도 어디라 할 것 없이 하얀 눈이 내려 쌓여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삶에 있어 완전함이란 없는 것이고 또 그런 삶이 있을 리도 없다. 늘 실수투성이인 삶에서 작은 찰나일지라도 그 흠을 덮어주려는 눈이 내려와 있다. 살면서 다소 멀리하고 싶었고 또 보기 싫었던 것을 잠시라도 잊게 해 주는 눈이 내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눈은 차가움이 아닌 따뜻함이요 쉴 수 있는 쉼터가 아니겠는가? 그..
2021.12.19 -
중초리 이야기(9)
부천여월휴먼시아아파트의 만추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지 않고 건너뛰나 싶었는데 며칠 전 부천에 가보니 제대로 된 가을 날씨를 보여준다. 아파트단지 곳곳에 단풍나무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짧은 가을을 아쉽지 않게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계절이 오는 것이나 가는 것 모두가 그리 반갑지 많은 않다. 부천에 갖다가 열흘 만에 찾은 중초리 집이다. 한번 집을 나서면 수일 혹은 그 이상이 되어야 돌아오는 것을 보고 동네에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산다는 것이 어떤 틀에 매달린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떠랴 싶기만 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부천으로 올라갈 무렵 배달 온 택배가 마당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시골집이란 겨울철 위풍이 심해서 이를 방지하지 않으면 겨울나기가..
2021.11.22 -
보은 선병국고택(2021.11.2.)
소재지 충북 보은군 장안면 개안길 10-2 선병국 고택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삼가천 물줄기가 만들어낸 비옥한 토지위에 지어진 집이다. 삼가천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휘돌아 가는 모습은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땅이란 걸 말해준다. 풍수지리에서 이런 곳을 가리켜 물에 연꽃이 뜬 형상이라 하여 연화부수형이라고 한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아내와 함께 선병국 고택을 찾아 나선다. 25번 국도를 달려 장안면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오른편의 삼가천 너머로 소나무에 둘려 쌓인 선병국고가가 나온다. 삼가천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서 우당고택이란 주차장 입간판을 따라 들어가 자동차를 주차한다. 북서풍의 차가움을 막아주기 위해 만들어졌을 듯한 낮은 둔덕과 함께 고목이 된 방풍림이 선병국가를 에워싸고 있다. 삼가천변으..
2021.11.03 -
잘 가시게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릴 적 함께 지냈던 동무이자 6촌동생이기도 했던 친구가 유명을 달리했다. 세상이 좋아져서 평균기대수명이 83.3세로 남자는 80.3세요 여자가 86.3세라고 한다. 망자는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고사하고 이제 60을 조금 넘긴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갔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오래 사는 세상에서 고작 그 정도만 살고 저 세상으로 갔다는 것이 아프기만 하다. 세상에 오는 것은 순서가 있다하더라도 가는 것엔 순서가 없다고 하였다. 어릴 적 마당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던 친구이자 6촌간이었던 망자! 삶이 소중하다지만 자신의 생명보다야 소중할 수 있겠는가? 그저 한세상 왔다가 가는 인생이다. 누구나 한번은 왔다가 가는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