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5. 19:31ㆍ한강기맥
백두대간/한강기맥 제6구간
(漢江岐脈)
화방고개∼작은삼마치(2019.12.3.화)
산행출발지인 화방고개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또 가서는 산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궁리를 하다가 저녁식사 후에 자가용으로 출발을 한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려 횡성 공근면의 어둔리 작은삼마치 아래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주차하고는 화방고개로 올라온다. 홀로 산행을 하며 가끔 자전거를 이용하곤 하였는데 아내는 이런 나를 미친 짓이라 하며 놀려댄다. 그러나 자전거는 사실 교통수단의 하나로 자동차가 일반화되며 레저용으로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락하였으나 과거 자동차보다 더 활용도가 높았던 때도 있었다.
화방재에다 자가용을 주차하고 준비한 국을 데워 아침식사를 한 다음 산행을 시작하는데 오늘 날씨가 춥다고 하여 단단히 준비하였으나 크게 추위를 느끼지 못하겠다. 한강기맥 6구간을 시작하며 산악회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첫날 산행은 소삼마치에서 그리고 내일은 상창고개에서 끝내는 것으로 한다.
화방재 정상의 표지석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조립식 건물을 지나
489봉을 오르는데 벌목지의 나뭇가지 사이로 한산한 406번 도로와 임도 입구에 주차한 애마가 보인다.
벌채로 인하여 민둥산이 되어버려 부는 바람마저 차갑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덥다보니 겉옷을 벗어 몸을 가볍게 하고
489봉에 오르는데 이미 져버린 단풍나무가 지난 가을을 추억케 한다.
독도(이경일)님이 걸어놓은 코팅지가 바람에 떨어진 것을 다시 주워 나뭇가지에 꽂아둔 황량한 덕구산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내려온다.
덕구산을 지나며 다소 유순해진 한강기맥길에는
전기톱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데
그것은 주능선 아래의 벌목현장에서 나는 소리였다.
여기저기에 전기톱에 의해 잘려진 나무들이 나뒹굴고 있는 것을 아프게 바라보며
잡초만 무성한 635봉을 지나 도착한 곳은 오래되어 사용하지 않는 산불감시초소이다
산불감시초소에서부터 군부대 철망이 시작되는데 그 너머로 홍천군 동면의 노천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사실 이곳 한강기맥 좌우 모두가 홍천군인데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하나의 물줄기를 따라 취락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할 산자분수령의 원리가 행정편의와 배치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찌됐건 경계에 관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조율이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기대는 접은 채 두 번째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홍천군 동면의 노천리와 좌운리를 이어주는 것고개로 내려온다.
기세가 당당하던 한강기맥은 어느새 편안해져 있었고 걷기 좋은 길로 바뀐 것을 본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기맥을 따라 오르게 된 해발 604미터인 응곡산 마저도 전혀 고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기맥은 평이해진 모습이다.
벌목을 하여 매끈해진 곳은 거칠 것이 없어서인지 부는 바람마저 매섭기만 한데
응곡산을 지나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사납게 얼굴을 때린다. 기맥 아래로는 홍천군의 임도가 구불대고 있었고 도로를 건너 만대산 오름길엔 눈이 점점 쌓여만 간다.
이번 겨울 들어 처음 마주하는 눈이라서인지 제법 미끄러운 만대산 오름길이지만 눈을 대하는 감정만은 최고이다. 칼바람이 불고 있는 만대봉에서 간편식으로 식사를 한 다음 741봉을 향하는데 쌓인 눈으로 차에 두고 온 아이젠과 스패츠 생각이 간절하기만 하다.
주능선에 불고 있는 세찬바람과 눈(雪)!
그리고 괴암괴석들이 연속되는 암벽구간을 통과하며 오르게 된 741봉!
넓고도 평평한 정상에 올라서자 비로소 산행이 끝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방으로는 군부대가 주둔중인 봉우리와 그 너머 오음산이 눈을 뒤집어 쓴 채 웅장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741봉을 뒤로하고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가다가 급하게 떨어지면 제1107야전공병단에서 1974.11에 개통하였다는 소삼마치이다. 이곳까지 오며 눈에 취하고 바람에 흔들리다보니 휴대폰이 방전된 줄 몰랐다. 급하게 휴대폰을 오픈시켜 본바 741봉에서 방전이 된 것으로 나오는데 총거리가 15.4㎞라고 표시된다.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의 등산용gps가 예민해서인지 실제 기록보다 거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궤적을 보면 행보가 어지럽기만 한데 이것은 정숙치 못한 걸음을 하였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탓할 일이다.
여하간 소삼마치에서 한강기맥 제6구간 산행을 마치고(이후… 에필로그)
내려오는 길은 과거 군사도로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잡목만 무성하다.
임도를 벗어나 민가로 내려와 기둥에 매어둔 자전거를 타고
곧게 뻗은 도로를 쏜살같이 내려와 어둔리까지 오는데 금방이다.
어둔리 마을회관 앞길을 지나 중앙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고 백인벌저수지 방향의 부창어둔길로 들어선다.
406번 지방도로를 만나고 금계로를 따라 가는 길은 자전거 타기에 최적인데 오지산행을 하며 이런 방법도 한 방편이 아닌가 싶다.
406번 도로와 함께 하는 금계천 맑은 물을 바라보니 화방고개에서 차량을 회수하고 저 물에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횡성지역을 지나 홍천으로 접어들자 송전탑설치를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데 글귀가 섬뜩하기만 하다. 차량을 회수하고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주위는 암흑으로 변해 버린다. 물건을 살 수 있는 이 골짜기에서 유일한 좌운리의 하나로 마트도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씻는 것은 고사하고 횡성으로 물건을 사기위해 어둠속을 달리는데 도로가에 마트를 발견하고는 너무 반갑기만 하다.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여 상창고개로 올라가 한잔하기에 앞서 자전거를 주차하고 자리를 펴고는 뜨듯한 국물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다 보니 세상을 산다는 것이 뭐 별거인가 싶기만 하다.
○.산행시작 : 2019.12.3. 08:15
○.산행종료 : 2019.12.3. 14:20
○.산행거리 : 15.4㎞(+=?)
○.산행시간 : 6시간5분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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