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6. 22:00ㆍ한강기맥
백두대간/한강기맥 제7구간
(漢江岐脈)
작은삼마치∼상창고개(2019.12.4.수)
상창고개 위 494번 지방도로는 횡성에서 홍천의 남면 사이를 오고가느라 차량들이 내는 소음이 상당한 곳이다. 고개위에 자리를 마련하고 잠을 자면서도 자동차 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는 상창고개를 떠나 7구간 산행 출발지인 소삼마치로 간다.
횡성의 어둔리를 지나 소삼마치로 올라가며 최대한 가까이 차를 주차하고는 민가 좌측에서 가파른 오름을 한 후에 임도의 잡목 속으로 들어간다. 몸은 어제 산행으로 상태가 과히 좋지는 않지만 어차피 해야 할 한강기맥 종주이기에 불끈 힘을 내 본다.
삼마치 터널이 바로 아래라서인지 자동차 소음이 매우 크게 들리는데 이로부터 자유로워질 무렵 임도의 정수리격인 삼마치에 도착을 한다. 과거 공병부대가 개통하였다는 기념비 주위에는 이곳을 다녀간 많은 등산객들이 걸어놓은 표지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한강기맥 제7구간 산행을 시작하며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길에 땀을 쏟는데 군부대 훈련장이라는 희미한 글씨의 조형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에서부터 한강기맥의 가파름은 앞으로 나아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 가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조망은 차치하고라도 경사의 정도가 심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빨래를 걸어놓은 듯 줄에 매달린 리본들이 현란한 봉우리에 올라서며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앞으로 가야할 전방에는 군부대 봉우리가 보이고 그곳으로 이어진 도로가 더 반갑기만 한 것은 어제부터 이어온 연속산행에 지친 몸이라서 반응이 자연스럽기만 하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고도를 높여 가는데 기온이 낮아지다 보니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것을 본다.
산정을 차지하고 있는 부대가 어떤 부대인지 몰라도 영내에 군인은 있기나 한 것인지 어떠한 기척도 없다.
조용하게 군부대 정문을 지나고 왼쪽으로 돌아 나가면 응달이라서인지 녹지 않은 채로 쌓여 있는 눈 때문에 아이젠을 꺼내 착용한다.
하얀 눈 위에다 첫 번째 발자국을 찍는 선도자의 입장으로 흔들림이란 없어야겠기에 이정목이 있는 삼거리에서 망설이지 않고 산정을 향한다. 갈수록 적설량이 많아지는 가운데 눈 산행을 하며 정상에서 마주한 철조망위로 나풀대는 리본이 너무나 반갑기만 하다.
철조망을 잡고 하는 산행이지만 그래도 부대에서 통제를 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군부대 정상에서 바라본 오음산 일대의 산군들….
홍천은 땅이 넓지만 대부분 산이 많은 고장이다. 홍천의 중첩된 산들이 펼치는 웅장함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시선이 가는 곳마다 모두 파노라마가 따로 없다.
대자연은 무한하고 변함이 없건만 공연히 사람만 늙고 병들어 간다고 세상을 향해 푸념할 것이 아니라 일망무제의 대자연 앞에 주어진 삶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예의 아닌가 싶다.
군부대 아래로 보이는 헬기장을 지나 오음산을 오르기 위해 녹슨 철조망을 넘는다.
홍천군 월운리와 횡성군 공근면을 연결하는 배넘이재!
지나온 눈 덮인 군부대 봉이 아쉬워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오른 곳은 한강기맥 7구간 중 최고봉인 해발 930미터 정상이다. 말세마리와 다섯 장수의 전설이 깃든 오음산은 산세가 험하고 접근이 쉽지 않아서인지 일반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인가 보다.
조망이 나뭇가지에 막혀있는 오음산을 뒤로하고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오며
삼마치로 내려 갈수록 완만해 지는 것을 본다.
고개 못미처서 약간 헤맨 끝에 내려서게 된 삼마치는 과거 5번 국도가 통과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터널이 뚫리면서 붐비던 차량은 다 어디로 갔는지 고개를 넘는 바람만 매섭게 불어대고 있다.
삼마치에서부터 산림청에서 관리를 하는지 산행길 곳곳에 이정목과 안전을 위한 시설물들이 보인다. 599봉을 향한 행보를 하는데 산정으로 갈수록 바람의 강도는 거세져만 간다.
갈림길마다 설치된 이정목 덕분에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589봉을 끝으로 상창고개까지 거의 내리막이거나 평지수준으로 변해 있다.
오음산을 내려오며 이제 더 이상 볼일 없을 것 같았던 오음산이 벌목지를 만나며 가릴 것 없어서인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이래서 세상이란 돌고 도는 것이고 한번 맺은 인연은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 싶다.
지맥길과 나란히 가고 있는 임도를 내려다보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오음산으로 가있다.
오음산은 이곳 지방에서 다섯 장수에 관한 슬픈 전설이 전해 오는데 그들이 죽으며 다섯 가지의 괴상한 울음을 내었다하여 오음산이라 한다. 이 깊은 산중에 오음산에 관한 이야기가 이렇듯 전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척박한 환경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여하간 상창고개로 내려가는 주능선에 불고 있는 바람은 미신과 현실사이에서 쇠창에 맞아 죽으며 울부짖는 다섯 장수의 울음인양 사납게 불어대고 있다.
한강기맥을 돌아서가는 임도로 내려서게 되고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494번 지방도로의 상창고개이다.
상창고개 위에는 홍천군 유치2리에서 세워놓은 장수마을 표지석과 작은 소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강하고도 세찬 겨울바람이 불고 있는 고개라서인지 몹시 을씨년스러운 것이 춥기만 하다. 그 바람을 맞아 게양되어 있는 산불조심 깃발이 격한 소리를 내며 요동친다. 그러나 제아무리 몸부림을 친다한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것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이틀간 하게 된 산행을 모두 마친다.
○.산행시작 : 2019.12.4. 09:20
○.산행종료 : 2019.12.4. 14:30
○.산행거리 : 15.02㎞
○.산행시간 : 5시간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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